'키다리 아저씨' 정용진의 이면…'경영리더십' 위기론
쓱닷컴 임원, 방향성 다른 사내 메일로 타 계열사 이동
신세계조선호텔·제주소주 실적 부진…이마트 자금 긴급 투입
이마트,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실적 꾸준히 악화 중
공개 2020-06-29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17: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맛남의 광장'에서 이른바 '국민 키다리 아저씨'로 등극하며 훈훈한 미담을 전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선한 행보와는 달리 그룹은 내홍을 겪으며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계열사인 신세계조선호텔과 제주소주는 지속적인 적자로 이마트의 자본을 갉아먹고 있고, 쓱닷컴은 임원이 실적 부진을 우려해 비용 감소를 주문하는 사내 메일을 돌릴 만큼 내부에선 위기감이 돈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도 온라인 흐름 속에서 무거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신세계그룹은 3년 뒤 계열 분리가 관측되는 상황 속에서 그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조선호텔의 무보증 사모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정용진 부회장이 애착을 갖는 사업부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라인업에는 직접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 써 '정용진 호텔'로 불리는 레스케이프(L'Escape)호텔도 있다. 
 
레스케이프는 객실에 자동식 커튼과 KT와 협업한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지니' 시스템을 구비했다. '프레지데셜 스위트룸'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모습. 출처/뉴스토마토
 
정 부회장의 애착과 실적은 정반대의 행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6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호텔업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에 따른 객단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더 큰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만성 적자 속에서도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차입금 규모는 늘었다. 특히 작년 차입금 규모는 3.5배가량 증가했다. 호텔을 임차해 운용하는 방식 탓에 회계 장부 밖에 있었던 차입금이 리스회계 변경으로 회계 장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조선호텔의 차입금은 2018년 말 1100억원에서 2019년 말 3627억원으로 늘었다.
 
누적된 적자 행진으로 신세계조선호텔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는 777억원이, 자본금은 774억원이었다. 3억원의 결손금이 쌓였다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 올 1분기 영업손실을 147억원 냈다. 
 
이마트(139480)는 신세계조선호텔에 999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긴급 수혈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만기가 된 신종자본증권을 돌려주며 500억원을 썼고, 1분기 적자로 자본금을 갉아먹어 투자금의 35% 정도만 남은 상황이다. 여전히 차입금의존도는 70%가 넘고, 부채비율은 456.7%에 달한다. 정새록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유상증자 효과가 빠르게 희석된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이 당초 예상 대비 장기화되며,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여전히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올 하반기 그랜드조선 부산(구 부산 노보텔), 그랜드조선 제주(구 제주 켄싱턴), 포포인츠서울명동 등 임차운용 호텔을  개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적자난에도 투자를 확장하는 배경으로는 정용진 첫째 아들 정해찬씨가 거론된다. 정해찬씨는 배우 고현정씨(2003년 이혼한 정 부회장의 첫 번째 배우자)와 정 부회장 사이에서 난 자식이다. 정해찬씨는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며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8년 동안 이마트 그룹 내 버거 사업을 인내심을 갖고 키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아이들에게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성격이기에 만년 적자인 호텔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 배경에 첫째 아들의 경영 수업 문제가 맞물려 있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제주소주 대표 브랜드인 푸른밤'이미지. 출처/홈페이지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제주소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소주는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푸른밤' 브랜드를 앞세워 제주도 지역소주인 '한라산' 독주체제에 도전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의욕을 보인 사업이다 보니 이달 초 100억원을 포함해 매년 100억~120억원의 자금을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투입했다.
 
하지만 높은 '한라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류업은 대기업이 영위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주류업은 광고, 판촉비 등에 규제가 있다. 때문에 대기업의 영업력과 자금력을 십분 활용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제주소주는 매년 적자를 내는 가운데 그 폭은 커져가고 있다. 2016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제주소주는 2017년 60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 보니 매각도 쉽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매각을 시도했던 회사지만, 실적이 부진하니 군침을 흘리는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제주소주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마트 그룹이 야심 차게 밀고 있는 쓱닷컴(SSG.COM) 역시 내홍을 겪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당시 쓱닷컴 임원은 직원들에게 '고강도 비상경영 운영지침 공문'을 보냈다. △인건비 △광고선전비 △물류비 △복지혜택 △지원비 등의 감소를 주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최우정 쓱닷컴 대표이사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경영지원 담당(상무 급)이 이 같은 메일을 보냈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한다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밖에서는 잘나가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면서 "더더군다나 쓱닷컴은 반드시 커야 하는 회사이기에 대외적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비용을 줄이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그리는 그림이 작은 그림도 아니고, 제주소주·신세계조선호텔과 다르게 쓱닷컴은 어피너티나 BRV와 같은 외부투자자도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임원은 현재 다른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로 이동한 상태다. 
 
그룹의 중추인 이마트 역시 실적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란 암초를 만났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지난 3년 평균 영업이익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2.4%와 2.3%다. 지난해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298억원 내기도 했다. 10년 평균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은 40%, ROA는 46% 줄어들었다. 
 
이마트의 실적 추세 분석.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신세계(004170) 그룹이 3년 뒤 기업 집단을 분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 매출과 이마트 그룹 매출을 구분하기 위한 전산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부사장은 2025년 화성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 4조 50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방송에서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를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정 부회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이라면서 "향후 계열분리와 대규모 투자 집행을 고려할 때 시장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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