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밀키트 '마이셰프', 폭풍 성장에 IPO 몸값 뛰나
2년 내 기업가치 4배 급증…코로나19 대표 수혜 업종
높은 재구매율 속 40대 고객 급증 눈길
AIM인베, 시리즈 C단계 없이 IPO 계획…주주가치 희석 원천 차단
공개 2020-05-08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4: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김재희(42세·여성)씨는 워킹 맘이다. 주 중에도 가족들과 저녁을 만들어 함께 먹고 싶지만 퇴근하면 언제나 저녁 8시30분이다. 밤이 되고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온라인 장 보기를 시작했다. 쿠팡 특가 행사로 밀키트 제품이 나왔다. ‘손질된 좋은 식재료를 레시피대로 10분 정도 조리하면 레스토랑에서 먹는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란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특가 행사 중이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주문해봤다. 직접 만들어보니 편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좋았다. 손맛도 느낄 수 있으면서 맛있다고 모두 좋아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음식들을 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불편했던 김 씨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밀키트 시장 대표 스타트업 기업 '마이셰프'가 시장규모 확대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마이셰프'의 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배 늘었다. 기업가치 역시 덩달아 뛰었다. 2018년 50억원 수준이었던 마이셰프의 기업가치(투자 후 가치 기준)는 지난해 말 2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마이셰프는 AI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 이후 제2공장을 설립, 시장 규모 확대를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밀키트 (meal kit)는 Meal(식사)+Kit(키트,세트)라는 뜻의 식사키트라는 의미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밀키트는 최근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간편함과 웰빙'을 모두 잡는 제품이다 보니 시장 규모가 빠르게 팽창 중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됐다. 지난 2월 말 밀키트 상품은 쿠팡과 G마켓에서 배송지연과 품절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2018년 3.5조원 규모였던 미국 밀키트 시장은 2025년 7.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 400억원 규모인 우리나라 시장 역시 2023년에는 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셰프 연령대별 구매액 비중. 출처/마이셰프
 
밀키트는 주요 고객층이 30대 여성이다. 마이셰프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40대 이상 매출이다. 2018년 마이셰프의 매출 역시 30대가 주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30% 수준이었던 40대 이상의 매출 비중은 지난달 44%까지 늘며 수요의 중심이 됐다. 그 까닭은 재구매율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이셰프에 따르면 자사 홈페이지로 250회 이상 구매한 고객은 총 2명이다. 두 고객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40대 이상이다. 밀키트의 핵심 수요층은 20~30대지만, 40대 이상도 충분히 핵심 수요층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20~30대와 달리 40대 이상은 구매력이 있으며, '밀키트'가 제공하는 주요 가치와 맞닿아 있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는 문화다. 임종억 마이셰프 대표는 "패스트푸드나 HMR은 요리했다는 개념보다는 데워준다는 개념"이라면서 "둘과 달리 밀키트는 직접 요리하기에 밥상 안에서 화기애애함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10분 정도 직접 요리하며, 고급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재미와 만족감이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라며 "1~2인이 밀키트를 구매할 경우, 식재료비가 세이브 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이셰프 자사몰 기준 재주문율. 출처/마이셰프
 
마이셰프의 재구매율은 90% 수준이다. 재구매율 90%는 모빌리티 혁신기업이었던 타다와 비견된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던 타다는 지난 1월 이용자 수가 150만명까지 빠르게 늘었다. 또한 재탑승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운송업에 '서비스'란 가치를 담았다는 평가가 과언이 아니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택시는 서비스업보다는 운송업에 가까웠지만, 타다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가운데 가치를 높이는 것이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마이셰프를 '타다'처럼 여러 번 이용하는 배경에는 임 대표의 철학이 숨어있다. 그는 '간편함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문화를 회복시킨다'라는 목표가 있다. 임 대표는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며 가족들이 자꾸 해체되고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구조가 아쉬웠다"면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밥 먹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라고 밝혔다. 
 
그의 철학은 품질 관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이셰프는 전문 셰프를 고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또한 재고가 거의 생기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쿠팡, 이마트(139480)에는 2~3일 전 미리 주문을 받아 납품한다. 자체 홈페이지 주문의 경우, 고도화된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밀키트 시장 확대 전망과 재구매율은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투자 유치와 같은 자본 조달 사이드는 AIM인베스트먼트가 담당했다. AIM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시리즈 A펀딩도 진행했으며, 2023년 마이셰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이한 전략을 세웠다. 바로 시리즈 C단계를 생략하는 것이다. 주주가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시리즈 A, B, C는 투자에 쓰이는 용어로, 투자유치 순서를 기반으로 한 성장 단계별 투자명칭을 의미한다. 
 
시리즈 단계가 거듭될수록 파이(지분율)는 줄어든다. IPO로 뒤늦게 들어오는 주주들의 지분율은 '먼지'에 비견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풀리며 조금 괜찮은 벤처기업들은 시리즈 D, E단계까지 투자를 유치한다"면서 "뒤늦게 들어오는 주주들이 차지하는 몫은 그만큼 줄어들며 기존 주주는 주주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