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OCI…중국 부양책은 '수혜' 아닌 '직격탄'?
중국 신기건 프로젝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우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양산까지 '산 넘어 산'
공개 2020-04-29 09:2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5: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OCI(010060)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저유가와 중국의 부양책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우려가 커졌으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상용화는 양산까지 갈 길이 멀다. 카본 사업 부문 역시 전방 산업인 타이어 공장의 조업 중단이란 악재를 맞았다. 그 결과, 기업의 총체적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뉴스토마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전분기의 6.0%보다 12%p 이상 급락했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중국은 지난 3월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신기건(新基建)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신기건 프로젝트는 고용창출과 중국의 중장기적인 발전이 골격인 중국판 '뉴딜' 정책이다.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경제학 박사는 "중국 신기건 프로젝트는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해 4차산업과 같은 미래산업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추진하고,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계획도 담겨 있다. 
 
당연히 OCI가 생산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OCI는 지난 2월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반도체용으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OCI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다만,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는 중국 내에서 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석화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의 신기건 프로젝트로 발전설비, 소재 모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중국의 경제 회복이 목표이기에 태양광 기초 소재를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의 중국 업체 점유율은 64%로 추산된다. 중국의 대표기업인 GCL과 이스트호프는 각각 13만5000만톤, 8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독일 바커 △미국 햄록 △일본 도쿠야마 △OCI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 시장임을 고려할 때 중국 내 수요 증가는 자국 내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오히려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정책 효과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5G, 빅데이터,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부문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보다 확실히 앞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신기건프로젝트와 같은 큰 흐름 속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은 정책적 고려 요소가 되기 힘들다. 또한 저유가 현상으로 '그리드 패러티'가 낮아지고,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미국, 유럽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가 구멍난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모든 나라가 예산이 한정적인데, 두 곳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공공의료에 재원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됐기에 공공의료보다는 중국을 중장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미래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면서 "큰 흐름 속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고려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업 부문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OCI는 지난 2월 국내 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제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의 반사이익 △안정적인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가격 △과산화수소 사업 부문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의 영업 컨텍 포인트 활용 등이 골고루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11N(11나노, 99.999999999%)급으로 6N~9N급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보다 기술이 더 필요하다. 안정적인 수율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특히 반도체 제작은 품질 관리가 중요하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든 라인별로 꼬리표를 달아놓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제품을 제작한 이후 반도체 회사에 납품 승인받아야 한다. 5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으로 전환하더라도 납품처를 확보할 때까지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 
 
OCI 역시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여 지난 2월 IR 행사 때 "사업 재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에 2020년에는 영업이익을 시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에 정통한 신용평가사 연구원는 "결국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가 사줘야 성공한다"면서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서프라이즈'한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직케미컬뿐만 아니라 카본케미컬 사업 부문 역시 고민이 커졌다. OCI가 생산하는 카본 블랙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을 위험이 커졌다. 완성차 업체 생산 중단으로 넥센타이어(002350)와 같은 카본블랙을 소비하는 타이어 생산 업체도 조업 중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OCI 관계자는 "카본블랙 중에서 고부가가치 쪽인 잉크, 페인트 쪽으로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본블랙이 주로 쓰이는 생활 속 제품들. 출처/OCI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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