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조원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두고 '갑론을박'
삼성생명·한화생명과 비교할 때 몇 배 높은 가격
KB지주,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에 대부분 높은 점수
공개 2020-04-16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0: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의 인수자로 선정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인수가격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쟁사와 비교 시 고평가 됐다고 주장한 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적당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지난 10일 KB금융(105560)지주는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이하 PIIH)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보험(이하 푸르덴셜)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2조 2650억원이다. 하지만, 거래종결일까지 이자로서 합의한 750억원, 사외유출액 등이 반영될 경우 최대 2조 40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보험사 인수 시 평가하는 거래가격(이하 인수 PBR)은 2019년 말 기준 자본총계와 비교해 0.76~0.82배 수준이다. 하지만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정재분류할 경우, 인수 PBR이 0.5배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 시, 저금리 기조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서 언급하는 것보다 KB지주가 푸르덴셜을 싸게 샀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높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인수가격이 높다고 주장하는 연구원들은 생명보험 산업과 주요 생명보험사와 비교를 통해 인수가격을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업계 1위 삼성생명(032830)의 PBR은 0.22배, 업계 2위인 한화생명(088350)의 PBR은 0.08배다. 푸르덴셜생명의 PBR이 0.5배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업계 기준으로는 몇 배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생명보험의 업황 탓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생명보험 산업에 대한 우려는 여느 때보다도 높다"라면서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생명보험 산업 성장이 정체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심화됨에 따라 향후 운용 수익률도 악화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시가총액이 줄고 있다. 주요 보험사와 비교할 때 푸르덴셜의 PBR은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가 총액은 보통 수준이다. 출처/삼성증권
 
일부 연구원은 산업 환경과 더불어 푸르덴셜의 내재적인 위험에 주목했다. 바로 5%인 평균 부담금리다. 부담금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부담금의 평균 이자율을 의미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보험료 등을 굴려 얻는 수익인 운용자산이익률은 3.87%에 불과하다.
 
이병건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확정금리부채의 만기가 길고 평균 부담금리가 5%로 자산운용이익률이 하락할 경우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라면서 "이는 푸르덴셜의 준비금 규모와 비교할 때 매우 큰 수준"이라며 KB금융의 푸르덴셜 인수가 주주가치에 보탬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시장에 뉴 노멀이 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KB금융의 푸르덴셜 고가 인수는 우량 생보사들의 가치 재측정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조보람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자본 적정성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 업황이 어려워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함의(含意)가 지닌 인수였다"라면서 "동양생명 등 잠재적인 인수·합병(M&A) 대상 보험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인수가격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산업이나 동종 경쟁사와의 비교보다는 푸르덴셜의 내부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에 주목했다. 보험금의 지급여력이 높고, 회계 기준이 IFRS17, K-ICS 등으로 변경되더라도 자본확충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생명보험업은 부채를 시가 평가로 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상태다. 
 
주요 보험사의 ROE와 푸르덴셜의 자산운용수익률. 출처/교보증권, DB금융투자
 
수익률도 근거의 한 축이다. 푸르덴셜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5~6% 수준으로 KB금융은 인수를 통해 약 27bp의 ROE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OE는 자기자본을 통해 얼마나 당기순이익을 냈는지를 분석하는 지표다. 
 
김도하 케이프(064820)투자증권 연구원은 "푸르덴셜 인수가격 적정성을 국내 대형 생보사의 PBR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라면서 "좋은 생보사를 좋은 가격에 인수했다"라고 평가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푸르덴셜의 ROE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인수가격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모든 연구원들이 KB금융그룹의 기업가치 관점에서는 푸르덴셜인수를 긍정적으로 봤다. 업권 내 1~5위의 시장지위를 차지하는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과 달리 생명보험은 보험대리점(GA), 금융지주사와의 낮은 시너지 등으로 시장지위가 다소 떨어진다. KB생명보험은 총 자산 기준으로 24개 생명보험사 중 17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 11위 수준인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9위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수로 사세확장과 내실다지기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가격 여부를 떠나서 KB생명보험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생명보험의 당기순이익은 160억원으로 푸르덴셜생명의 1407억원과 비교할 때 8분의 1에서 9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다만, 푸르덴셜 인수로 증가하는 재무적인 부담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모두 평가했다. 총자산 518조원의 KB금융지주가 총자산 21조원 수준의 푸르덴셜을 인수하는 것이기에 차이가 크다. 또한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같은 조달 방식을 다양화해 자본적정성 규제도 쉽게 해결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한(005450)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경쟁업체보다 KB금융지주의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낮다"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자본성증권 발행 등을 통해 이중레버리지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푸르덴셜 인수가 부담스럽지만, 대안이 없다"라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당기순이익이 늘어나고 KB금융 기업가치에서 감내할만한 수준의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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