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손실 커지는 케이뱅크, 수장 바뀌어도 투자유치 '첩첩산중'
케이뱅크 2019년 당기순손실 1007억원 넘어
KT·우리금융·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 투자손실 커져
공개 2020-04-03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8: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케이뱅크가 사실상 영업활동이 중단되면서 우리금융지주(316140), KT(030200), NH투자증권(005940) 등 주요 주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및 해외에서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자본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행장 취임으로 우회 증자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실리지만 이마저도 난관이 예상된다.
 
1일 케이뱅크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한 해 동안 당기순손실을 약 1007억7300만원 냈다. 2018년 796억7000만원에서 1년 만에 손실폭이 2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해 4월부터 신규 대출이 중단돼 사실상 은행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케이뱅크 주요주주 현황. 출처/케이뱅크 영업보고서.
 
케이뱅크는 법인 설립 이후 2016년 254억5200만원, 2017년 837억8700만원, 2018년 796억7000만원으로 당기순손실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KT, 우리금융지주, NH투자증권의 투자손실도 커지고 있다. 무의결권주 포함 기준으로 KT는 22.1%, 우리금융지주는 14.5%, NH투자증권은 10.23%의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2019년 기준 케이뱅크와 관련해 약 288억6500만원, 우리금융지주는 182억3300만원, NH투자증권은 217억3400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KT의 투자손실은 2018년 195억400만원에서 47%, 우리금융지주는 107억500만원에서 70%, NH투자증권은 111억2400만원에서 95% 가량 손실폭이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셈이다. 하지만 KT 자회사를 통한 우회 증자나 추가 투자유치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케이뱅크는 이문환 전 BC카드 사장을 새로운 행장으로 맞았다. 이 때문에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해당 방안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결합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이다. 기존 주주들 역시 KT의 기술력을 믿고 케이뱅크에 지분을 투자했는데 최대주주가 금융사로 바뀐다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T로서는 당장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기는 어려우니 제3의 카드가 필요한데, 그중의 한 방안으로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가 거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케이뱅크가 기존 주주들로부터 추가 자본확충을 꾀하는 것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존 주주들의 추가 출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케이뱅크의 지분율을 15%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 지분이 15%를 웃돌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 만큼 추가로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합병(M&A) 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도 그동안 케이뱅크 지분투자로 손실을 본 탓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KT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상태로 지분율을 높이기가 여의치 않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있지만 KT와 손발을 맞추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B 관계자 역시 “케이뱅크에 관심이 있는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곳도 있어 인가를 받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케이뱅크는 상당수 의원들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되지만, 5월로 예정된 임시 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 가장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 이전부터 계획해두고 있던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실현해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케이뱅크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라며 “기존 주주의 역할이 핵심인 만큼 협의를 통해 신규 투자자들을 영입해서 증자를 준비하든, KT의 자회사를 통해서 지분을 늘리든,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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