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상장' 나인테크, 2차전지·디스플레이 밸류 '극과 극'
“LG디스플레이 투자 감소에 따른 보수적 추정”
공개 2020-02-25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18: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해 오는 4월 상장 예정인 2차전지·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기업 나인테크가 2가지 주력 사업 부문에 대해 극과 극의 엇갈린 밸류에이션 잣대가 적용됐다. 나인테크의 상장 밸류에이션을 맡은 이정지율회계법인은 나인테크의 디스플레이 사업부 성장을 다소 '박하게' 평가한 대신 급성장 중인 2차전지 사업의 밸류는 비교적 '후하게' 평가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스팩합병 상장 준비 중인 나인테크(Naintec)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미래 매출액 산정에 적용된 평균 성장률은 1.81%을 기록했다. 평가는 이정지율회계법인이 맡았다. 즉, 평가인은 나인테크 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이 매년 1.81% 증가할 것으로 본 셈이다.
 
나인테크 총매출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에 이른다. 나인테크는 디스플레이 전(前) 공정에 필요한 진공/N2 이송장비와 전·후공정에 필요한 기판 세정장비(Wet Station) 등을 생산한다.
 
핵심 거래처는 LG디스플레이(034220)다. 그간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등을 위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자본적지출(CAPEX)을 유지해왔고, 이는 나인테크와 같은 조립 장비 벤더사의 수혜로 이어졌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LGD)가 10.5세대 OLED 투자를 늘리면 나인테크 같은 공정장비 벤더사들의 수주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LGD의 향후 투자 규모는 현재 대비 감소해 EBITDA 규모 내에서 집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될 만큼 LGD 재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LGD도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 10.5세대 OLED 투자 연기를 공식화한 바 있다.
 
더불어 나인테크의 디스플레이 매출 중 LCD-OLED 비율도 일단은 4:6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평가인은 제반 상황 등을 고려해 나인테크 디스플레이 사업 밸류를 위한 매출증가율 산정에 LCD와 OLED 성장률을 고르게 반영했다. 평가인이 인용한 IHS마킷 데이터에 따르면, OLED 시장은 연 평균 7.7% 성장할 전망이고, 반대로 LCD 시장은 1.4%씩 후퇴할 전망이다. ‘1.81%’라는 매출액 평균 성장률은 이들 데이터의 종합으로 산출됐다.
 
평가인 측은 “나인테크의 디스플레이 매출은 대부분 OLED 장비와 관련됐지만,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LG디스플레이 투자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효과 등에 따른 보수적인 추정을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나인테크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밸류가 전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나인테크가 2017년을 기점으로 확대해온 2차전지 사업의 매출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나인테크 2차전지 사업의 핵심 거래처는 LG화학(051910)이다. 나인테크는 파우치형 2차전지 조립공정용 장비 중 절단된 극판을 합착하고 쌓는 이른바 ‘라미네이션 & 스태킹(Lamination & Stacking)’ 에 필요한 장비를 주로 공급한다. 특히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용되는 중대형-대형 배터리 제조장비 생산에 특화돼있다. 실제 나인테크는 지난해부터 전기차용 스태킹(Stacking)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라미네이션 장비 공급에서 실적을 냈다. 그 결과, 나인테크의 2차전지 매출비중은 2017년 24%에서 지난해 85% 내외로 급증했다. 
나인테크(Naintec)의 중대형 라미네이션 장비. 사진/나인테크
 
이정지율회계법인은 나인테크 2차산업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봤다. SNE리서치 자료를 인용, 나인테크 2차전지의 매출액 산정에 전기차 및 ESS 배터리 수요 성장률을 고스란히 대입했고, 결과적으로 나인테크의 2023년 2차전지 매출비중은 92%까지 이를 것으로 봤다.
 
이같은 밸류는 나인테크-스팩 합병비율을 좌우했고, 그 결과 합병 직후 시가총액은 742억원으로 평가됐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단순 환산하면, 2018년 실적 기준 37배에 이르는 규모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LG그룹과 거래를 트면서 중·대형 부문의 2차전지 조립장비 기술을 축적해왔고, 현재 업계를 리딩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라며 “올해는 2차전지 영업기반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신규시장 진출을 적극 도모해 브랜드 입지를 공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인테크는 금번 스팩합병 상장으로 획득한 자금의 53억원은 본사 건축비로 투입하고, 남은 34억원은 연구개발비로, 9억원은 인력충원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나인테크는 “합병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부지 매입 계약을 완료한 진위3 산업단지에 활용해 신규 공장을 신축하여 분산된 사이트(Site)를 한곳으로 집중해 업무 효율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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