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엔터테인먼트, 어닝 쇼크-서프라이즈 넘나든 까닭은
드라마 수익 배분 갈등 중…"관련 매출 보수적 설정"
공개 2020-02-13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18:0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겨울연가> 등으로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외려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동백꽃 필 무렵> 방영사 측과 수익 배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관련 매출이 보수적으로 잡힌 탓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팬엔터테인먼트(068050)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4% 증가한 40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동백꽃 필 무렵>, <왼손잡이 아내> 등 총 5편의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공급된 덕분이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예능·음원·영화·매니지먼트 등 연예사업 전반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 매출의 70~80% 내외는 드라마 제작사업에서 창출된다. 한 해 농사가 드라마 공급 성적에 좌우되는 셈이다. 실제 팬엔터테인먼트의 2018년 드라마 공급은 <데릴남편 오작두> 한 편에 그쳤고, 그 결과 연결 기준 매출도 132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바 있다.
 
매출 증가에 힘입어, 팬엔터테인먼트는 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를 약 40% 하회하는 ‘어닝쇼크’였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매출을 온전히 잡지 못한 탓이다.
 
팬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KBS가 방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연배우를 맡은 공효진과 강하늘. 사진/KBS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동백꽃 필 무렵>의 공급대가와 관련해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을 보수적으로 인식했고, 그 결과 2019년 영업이익이 내부 목표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면서 “드라마 공급대가가 공정 지급됐다면, 영업이익도 증권사 컨센서스를 상당폭 크게 상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팬엔터테인먼트는 <동백꽃 필 무렵> 방영사인 KBS와 수익성 배분 및 저작권 귀속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고, 넷플릭스에도 판매되는 등 다방면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는 이 드라마로 발생할 매출이 300억~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팬엔터는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공정 분배하자”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KBS는 드라마 제작의 통상 수익률인 제작비의 10%, 즉 ‘제작비+10%’를 지급하는 관행을 따르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동시에 팬엔터의 주장이 “최종 서명 단계에서의 합의 번복”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동백꽃 필 무렵> 제작비로 약 110억원을 사용했으므로, 예상 매출 등을 고려하면 최종 수익은 협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엔터테인먼트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발생한 수익을 단 한 푼도 정산 받지 못했다. 반면, 먼저 투입된 제작비 110억원은 회계 처리가 필요했다. 이에 팬엔터테인먼트는 회계상의 수익-비용 대응 원칙에 따라, <동백꽃 필 무렵> 관련 매출을 제작비용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잡았다. 즉, <동백꽃 필 무렵>이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게 된 셈이다.
 
현재 팬엔터테인먼트는 KBS와 관련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팬엔터는 향후 <동백꽃 필 무렵>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면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 매출원가를 전액 반영했으므로, 이후 매출은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계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동백꽃 필 무렵> 관련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 보니 감사인이 관련 매출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라며 “이후에 관련 매출이 추가 인식되면 매출원가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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