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를 삼킬까?…아시아나가 버거운 애경
애경, 일감 몰아주기 여력·회사 규모↓
HDC현대산업개발, 범현대가 지원 가능성 있어
공개 2019-11-06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1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새로운 주인이 윤곽을 드러낼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 시 예상되는 초기 비용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후보자들의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애경그룹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계는 약 5.16조원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예상되는 초기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초기에 필요한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인수전 초반에는 2조원으로 예상됐지만, 노후화된 항공기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 '최대 10조원 견적' 낡은 항공기…아시아나 인수전 뇌관되나 http://www.ibtomato.com/View.aspx?no=2865&type=1 참고>
 
이어 그는 "(애경 그룹 입장에서) 상당히 리스키(Risky) 하다"면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사업 시너지는 기대할 수 있지만, 우선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에 작은 회사"라고 평가했다.
 
애경그룹의 작은 규모는 '일감 몰아주기'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양날의 검이다. 공정경쟁 차원에서 본다면 시장 질서를 교란하기 때문에 제한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에서 이를 제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애경그룹 역시 '일감 몰아주기'가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매출의 50% 이상이 그룹 내에서 이뤄진 계열사가 6곳이다. 상자, 운송, 컴퓨터 서비스, 용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6개 중 5개 비상장회사는 AK홀딩스(006840)가 아닌, 채형석 부회장과 그의 일가친척들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K홀딩스(006840), 제주항공(089590) 등 애경그룹의 소액주주들은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만약 AK홀딩스에 5개 사가 속해있다면, 5개 사에서 나오는 당기순이익을 주주가 함께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최 부회장과 그의 일가친척들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에 소액주주들은 그 이익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감몰아주기 비율이 높은 계열사를 최 부회장 일가만 소유한다는 사실은 적어도 최 부회장 일가가 '일감몰아주기'를 사업 성공의 보증 수표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경영자의 판단과 관련해 최 부회장의 사례는 바로미터로 삼을 만하다. 역설적으로 아시아나항공 같은 재무가 부실한 회사를 경영할 때 일감 몰아주기는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필요악(惡)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 같은 작은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측면에서 단점이다"라며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더라도 대기업들이 규제를 우회하려 발버둥 치는 이유는 그만큼 일감 몰아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은 최근 재무구조도 악화되며 완충력도 저하됐다. 모 회사인 AK홀딩스의 경우, 부채비율이 130.5%에서 183.2%로 반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도 21.8%에서 36.8%로 크게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AK홀딩스의 차입금 의존도가 반년 사이 약 70%(68.8%)가 증가한 까닭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장부 밖에 있던 리스부채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C Leasing 2018 Ltd 등과 맺은 리스 계약으로 규모는 약  9303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7.3%에서 올 상반기 5.7%로 하락했다. 제주항공(089590)이 2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 컸다. 여객, 화물을 가리지 않고 항공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주력 기종인 B737의 결함 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수하려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올 상반기 기준 차입금만 6조원(5.91조)에 육박한다. 이는 애경그룹의 총자산보다 큰 규모다. 악화된 항공산업의 영향은 아시아나항공도 함께 받으며 2분기 12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이파크타워. 사진/HDC현대산업개발.
 
현산의 우군, 범현대가 지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하 현산)은 애경그룹과 비교할 때 재무구조는 건실하고, 범현대가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초기 비용을 감당할 능력은 있는 편이다. 
 
모회사인 HDC를 기준으로 볼 때 애경그룹보다 2배 정도 크다. 지난해까지 HDC는 기업규모가 준대기업으로 분류됐으나, 총자산이 10조원을 넘으며, 올해부터 대기업으로 편입됐다. HDC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5조원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도 풍부하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으로 총차입금의존도는 26.9%, 순차입금의존도 11.3%, 부채비율 123%로 높은 편은 아니다.  
 
현산의 재무구조가 우수하더라도, 초기 예상되는 10조원은 적은 규모가 아니다. 또한 현산이 항공산업 경험이 없기에 초기 난관이 예상된다. 그래도 범현대가의 지원 가능성은 현산이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정세영 씨는 오늘날 현대그룹을 만든 장본인이다. 정 전 회장은 1957년 현대건설(000720)에 입사 이후 1967년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현대그룹을 키우며 1987년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다. 또한 1999~2000년 현대그룹이 공중분해될 뻔한 상황에서 현대차(005380) 지분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내놓으며 흔들리는 현대그룹을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물류 측면에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현대가(家)에서 쓰는 물류들이 상당히 있으니까 현대가에서 약간만 도와줘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영업에 엄청 플러스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이끌 회사가 인수를 하기 바란다"면서 "오랜 기간 경영할 의지가 있음과 동시에 차입 부담을 감당할 회사가 인수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본입찰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돼 있다. 적격인수후보는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KCGI 컨소시엄 등 총 4곳으로 이 중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컨소시엄을 맺은 상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로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꼽히고 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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