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동건 현대카드, 제값받기 비상
PBR기준 몸값 1조7500억원대…FI "2조5000억원은 돼야"
허리띠 졸라매 얻은 실적개선…카드업 불황으로 성장성도 낮아
공개 2019-10-30 09: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현대카드의 몸값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따갑다. 재무적투자자(FI)가 만족할만한 시장의 평가를 받기에는 카드 업황이 나쁜 데다가 현대카드가 갖고 있는 뚜렷한 장점도 없어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카드 본사 전경. 출처/손강훈 기자
 
투자은행(IB) 업계는 현대카드가 IPO를 추진하는 이유를 FI의 투자금 회수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 24%를 약 37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2020년 1월 상장을 통해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주간계약(SHA)을 체결했다.
 
2년 전 FI 측이 평가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029780)의 2017년 주가순자산비율(PBR) 0.7%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사는 순자산(자기자본) 규모가 기업경쟁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금융사 IPO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쓰인다.
 
FI의 수익금 회수를 이유로 시장에서는 현대카드의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현대카드가 시장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적 개선? 불황형 흑자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515억원, 당기순이익 12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7%, 57.4% 증가했다.
 
나머지 전 업계 카드사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합계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21.7%, 11.3% 감소했다. 현대카드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전업계 카드사 영업이익 현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살펴보면 사업 성장이 아닌 비용 줄이기에 영향을 받은 성과임을 알 수 있다. 실제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1조236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수를 줄였다. 올해 6월 말 직원 수는 1995명으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2428명보다 433명 감소했다. 이중 정규직이 39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업점포도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점포 수는 53개로 1년 전보다 36개 줄었다.
 
이 영향으로 판매관리비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32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특히 급여가 749억원으로 1년 사이 17.2% 감소했다. 모집비용 등을 줄인 영향으로 카드 비용은 42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줄었다.
 
주 수익원 타격…카드 업황 최악
 
비용 절감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카드 업황이 좋지 않다.
 
현대카드 부분별 손익. 출처/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우선 가맹점 수수료 수익의 본격적인 감소가 시작됐다.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율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됐다. 더구나 올 상반기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된 사업자 중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선정된 사업자 21만1000곳의 수수료를 환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전체 환급 규모를 약 714억3000만원으로 예상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4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7% 줄었다. 하반기 환급 이슈가 발생한다면 가맹점 수익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주요 수입원인 카드대출마저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데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주요 상품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의 전체 카드 수익에서 현금서비스·카드론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가맹점 수수료 다음이다.
 
6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카드사로 확대됐다. DSR은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기준으로 연간총소득에서 대출원리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외에도 모든 신용대출 원리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대출액 감소에 영향을 주게 된다.
 
2017년 말 2.27%였던 카드대출 연체율은 2018년 2.44%를, 올해 6월 말에는 2.56%를 기록했는데,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수익을 위해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 힘들다.
 
점유율 제자리…특별한 강점 없어
 
시장점유율에서 반등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용카드사의 시장점유율(구매전용카드 실적 제외)은 신한카드 21.7%, 삼성카드 18.2%, KB국민카드 17.2%, 현대카드 15.6%, 롯데카드 9.4%, 우리카드 9.2%, 하나카드 8.2% 순이다.
 
전업계 카드사 시장점유율. 출처/금융감독원
 
현대카드는 지난 5월부터 코스트코 결제수단 독점계약이 시작되면서 유의미한 점유율 상승이 기대됐지만 큰 변화 없이 4위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M&A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점유율 순위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카드 보유수가 4장이고, 올 상반기에만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이 426조1000억원에 달하는 등 성숙 산업이기 때문이다. 점유율 상승을 위해서는 마케팅 확대 등을 통해 다른 카드사 고객을 뺏어야 하는데,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과감한 비용 투자를 단행하기는 힘들다.
 
IPO와 관련해서 주로 비교되는 삼성카드의 PBR은 24일 기준 0.54%다. 현대카드의 6월 말 순자산 3조2549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대략 1조7576억원이 나온다. 2조5000억원을 넘으려면 PBR이 0.8% 이상이 적용돼야 하지만 삼성카드에 비해 시장점유율, 실적 등이 떨어지는 현대카드가 삼성카드 이상의 기준을 적용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때는 동종업계 상장사를 참고해 가치 평가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카드업계가 불황인데다가 현대카드의 강점이 특출나지 않아 삼성카드 보다 높은 PBR을 적용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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