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후진적 지배구조 탓"
이상훈 경북대 교수 주창…“현행법 일반주주 보호 안 돼… 상법 개정으로 주주 보호해야”
CFA한국협회 “일부 지배주주 수탈로 국민들 피해 심각”
공개 2019-10-18 21:27:1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8일 21: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내용을 포함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18일 CFA한국협회가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세미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근본원인과 해결책-이사의 선관의무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서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이상훈 교수는 행정고시 35회, 사법고시 37회 출신이며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미국 로펌 및 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18일 CFA한국협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태호 기자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발생 원인 중 하나로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꼽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일반 주주가 거래할 수 있는(손바뀜 가능한) 국내 기업 주식이 외국의 유사한 기업 대비 저평가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한국은 자연인이 오너로 있는 집중소유구조형 기업이 많으며 이는 지배주주-일반주주 이해 상충에 따른 제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공정위의 지난해 보고서를 참조하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서의 지배주주 순지분율은 4%에 불과했지만 실효지배율은 57%나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배주주의 4%와 일반주주의 96%가 충돌할 수 있으며, 이 때 일반주주가 의무적으로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상법상 명시된 이사의 업무집행의무 관련 조목 등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할 만한 적절한 장치가 없다고 말한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은 민법에 의거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상법 제382조의3은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말하면 이사는 회사를 위한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과실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현행법상 회사와 주주는 인격이 다르며 이사는 회사로부터 위임을 받았으므로 결국 회사업무를 처리하는 자로 규정된다”라며 “즉, 일반주주에 관한 업무를 처리할 수 없으며 나아가 주주의 손해를 방지할 법적 의무나 책임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배주주 사익 편취를 위한 이사진 결정이 일반주주 이익을 훼손했음에도 법적 논리에 위반되지 않았던 예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 판결을 거론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최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여됐다”라며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와 민법상 선관의무 등 법적 요건을 준수하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교수는 “해당 판결을 간단히 요약하면 재판부는 설령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한들 그것은 주주에 관한 문제이지 회사에 관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즉, 이사진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오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반 판결로 결국 삼성물산 전체주주의 순자산가치는 8조4000억원 하락했지만 지배주주 가치는 3조4000억원이 올라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삼성물산 합병 등의 예시를 미뤄봤을 때 합병 등 자본적 거래에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법적 조문 등이 적절하지 않아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하며, 이것이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 ‘주주 비례적 이익’ 내용을 도입할 것을 주창한다.
 
주주 비례적 이익이란 자본적 거래에서 일반주주 1주의 가치와 기업가치를 N 분의 1로 나눈 가치를 동일하게 봐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가치는 지배주주가치와 일반주주가치의 총합인데, 한국의 경우 “시가대로 평가했다”라는 의견 등에 따라 합병 등에서 일반주주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상법에 명시된 이사의 선관의무 조항에서 회사를 ‘회사 및 주주 전체’로 바꾸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일반주주의 권리와 보호의무를 인정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소송 및 가처분 신청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만약 상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가 명시됐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나머지 일반주주를 희생시키는 일은 이사진의 선관의무 위반에 따른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국CFA협회 관계자도 이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며 “국민연금이 지난해 기준 약 120조원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현재 추계를 감안하면 20년 뒤에는 그 규모가 25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라며 “매달 급여에서 9%씩 원천징수 해가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지배주주에게 빼앗기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교수가 주장하는 개정은 당연하며 상법개정을 통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켜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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