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 눈앞…수익성 저하 뻔한 'HDC현대산업개발'
강력한 재건축 규제에 매출 타격 우려
공개 2019-10-15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0일 0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고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많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지역 도시정비 사업 비중이 높아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중·장기적인 수익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관련 시행령 개정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을 선도하면 신축 아파트가 시세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따라 오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상한제로 분양가를 통제해 ‘재건축 단지의 과도한 일반분양가 책정 방지→재건축 상승세 둔화→신축 등 기존 아파트 안정 유도’라는 선순환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9월 말 기준 31개 투기과열지구 전(全)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을 충족한 만큼,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 공종별 실적 현황. 출처/HDC현대산업개발.
 
이에 따라 중소건설사보다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많은 대형 건설사의 부담이 커졌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공종별 실적을 살펴보면 외부 주택 매출이 1조30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5.9%를 차지했다. 6월 말 기준 수주잔고에서 외부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63.9%에 달했다.
 
정비 사업에 대한 의존도도 낮지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공급실적 중 전국 정비 사업 비중은 49%, 서울 내 정비 사업 비중은 29%다.
 
또한 총 수주잔고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미착공 정비 사업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이를 지연시킬 가능성을 키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한 공사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실제 사례를 적용,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됐을 때 조합원이 부담하는 금액을 계산한 것을 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조합원 1인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억5000만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수요가 탄탄한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에 타격을 줘 회사의 사업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6개월 유예로 규제 완화?…"이점 적어"
 
일각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유예 방안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단지 중 일부는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 경우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이 컸던 만큼, 이 부분을 양보한 것이다.
 
유예조항에 따라 서울에서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61곳, 6만7997가구가 내년 6월 이내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 서대문구의 재개발 건축 현장. 출처/손강훈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등은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유력하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라 내년 4월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둔촌주공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해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일반분양 물량만 약 5000가구로 현재 서울 강남권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건설(000720)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047040)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시공한다.
 
다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이주와 철거를 마무리해야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데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이 짧아 분양가상한제를 유예 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송파구 잠실 진주 재건축 사업의 경우 아직 이주가 끝나지 않아 6개월 내 분양이 불확실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가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장기 경영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주력인 주택 사업의 악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택 규제로 인한 여파로 올해 최종 분양 물량은 목표치에 못 미치는 1만가구 초반에 그칠 것”이라며 “지난해 6조원에 달했던 신규수주는 올해 4조원 내외로 부진이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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