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 신용등급 스플릿 가능성…왜?
불분명한 이천 본사 매각 대금 반영 여부에 의견차
한기평 긍정적 vs 나신평 안정적
공개 2019-10-07 09: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2일 09:3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회사채 신용등급 스플릿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사측의 신(新) 본사 착공 일정이 다소 명확하지 않아, 신평사 간 평정 기조가 차입금 전망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 말 현대엘리베이터 무보증사채 아웃룩을 상향, 신용등급을 A/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등급이 향후 1~2년 내에 A+/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상향 요인으로 ‘실질 무차입 경영’ 등을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우수한 시장지위와 양호한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무차입 경영이 가시화될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반기 연결 기준으로 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제로 실질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순차입금의존도가 1.4%에 불과하다. 현금성자산 보유액이 총차입금의 92%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엘리베이터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정 중이다. 나신평은 등급 상향 트리거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 7배 이상, 부채비율 90% 이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59%를 기록하고 있다.
 
두 신용평가사의 아웃룩 엇갈림은 순차입금 전망 차이가 주효했다. 나신평은 현대엘리베이터 순차입금이 올해부터 점차 증가해, 2020년 순차입금/EBITDA는 0.9배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반대로 한기평은 현대엘리베이터 순차입금이 2020년부터 부(-)의 기조로 돌입할 것이며, 이에 따라 순차입금/EBITDA는 마이너스(-) 0.5배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현대엘리베이터 순차입금/EBITDA 전망 추이. 출처/나신평, 한기평
 
신평사의 전망 기초 전제는 대체로 유사했다. 일례로 양사 모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향후 수익성이 올해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유사한 가정에도 순차입금 전망 차이가 발생한 까닭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천 본사 매각 대금 반영 여부에서 의견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신공장 및 물류센터를 스마트팩토리로 조성하기 위해 본사를 이천에서 충주로 옮길 예정이다. 이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규제 영향으로 공장 확장이 비교적 어렵다.
 
사측은 일단 공사기간을 2년 6개월로 보고 있다. 연내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5월 충북 충주시 용탄동의 제5산업단지 부지를 305억원에 매입한다는 공시를 냈고, 7월에는 충청북도·충주시 등과 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러나 취득예정일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본사인 이천공장 토지·건물 매각 거래 플랜이 보다 가시적으로 정해진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5월 이천 부지를 SK하이닉스(000660)에 205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공시했고, 7월에는 처분예정일을 2021년 12월31일로 확정했다. 종결 시한은 최대 1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즉, 절차 앞뒤가 일부 바뀌어 투자자금 소요에 대한 판단이 유동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천공장 부지 매각 자금 사용처가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신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천공장 부지 매각에 따른 자금 유입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선반영하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이천공장 매각까지 2~3년 걸릴 것”이라며 “충주공장 완공 이후 본사를 이전할 수 있고, 매각 잔금 등도 그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반영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매각 자금이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봤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이천공장 매각은 중간정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이전 시기가 유동적이다 보니 평준화할 필요가 있어 매각 대금 인식을 분산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주공장 착공 시점에도 해석이 갈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부터 공사가 착공돼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봤지만,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선반영하지 않았다. 이 또한 순차입금 전망과 직결됐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이전 시기가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회사가 제시한 스케줄을 참조하면 올해 들어가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내년 이후로 분산했다”라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새로운 본사가 될 충주공장 착공이 아직 이뤄지지 않는 중에, 현재 본사인 이천공장 매각 계획 진척이 외려 빠르다 보니 시기 특정이 어려워 해석 여지가 생겼고, 와중에 회사채 발행에 따른 평가 이슈가 생겨 신평사 평정 기조가 주효하게 드러나 순차입금 전망 차이가 발생, 아웃룩이 갈리게 된 것이다.
 
다만, 평정 과정에서 채권내재등급(BIR)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기만 해도 현대엘리베이터의 BIR은 발행등급보다 4노치 높은 AA+를 기록한 바 있다.
 
채권내재등급은 유통시장 내에서의 금리 스프레드 변동을 기반으로 한 신용등급이며 일종의 보조지표 격으로 이용된다. 단순히 말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채권 유통시장 내 금리가 한때 AA+급과 유사했던 셈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평가는 정해진 방법론에 의거해 이뤄진다”면서 “내재등급은 방법론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크게 참고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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