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 대중 관세부과, 韓성장률 0.5%p 하락 요인”
"한국, 경제 침체 수준 아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적어"
"재정·통화정책이 리스크 일부 상쇄"
공개 2019-09-24 18:59:4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18: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 경제성장률 0.5%포인트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재정 촉진 정책 등이 하방 리스크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4일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서울 중구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피치 온 코리아 2019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4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가 개최한 '피치 온 코리아 2019 컨퍼런스' 미디어 브리핑에서 제레미 죽 아태지역 국가 신용등급담당 애널리스트와 최병두 금융기관 신용등급 담당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태호 기자
 
컨퍼런스 개최 전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제레미 죽(Jemery Zook)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가장 최근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부재하다고 가정할 때 GDP 기준 한국 성장률을 0.5%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으로 평가하고 있다. 4개월째 유지 중이다. 피치는 지난 6월 한국 성장률을 연초 제시한 2.5%에서 2.0%으로 낮춘 바 있다.
 
피치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여전히 주효하다고 봤다. 미국은 이달 1일 112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3243개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했다.
 
죽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며 “당사가 국가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아태지역 국가가 20개가량 되는데, 한국은 이들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무역분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피치는 한·일 양국의 화이트리스트 상대국 배제 조치가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둔화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봤다.
 
그는 “한·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더 부정적일 수 있다”면서 “한국이 가치공급망에서 더 윗단에 있고 소재 부문의 대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출금지가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부정적인 영향 정도는 불확실하다”라며 “한국 기업이 대체재를 얼마나 적절히 그리고 신속하게 찾는지에 따라 경제적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하방 압력 우려에도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죽 애널리스트는 "한국 국가등급은 아태지역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라며 "한국의 견조한 대외재정, 꾸준한 거시경제성과 탄탄한 재정관리능력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령화 및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구조적 도전요인을 상쇄한다"라고 봤다.
 
또한 피치는 한국의 2020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2.3%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지난 8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3%으로 낮춘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재정부양조치, 금리 인하 기조 등이 내년 하방리스크를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중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5%로 책정했다.
 
죽 애널리스트는 “재정정책이 무역분쟁 심화 및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2020년 예산안에 제시한 대규모 재정부양조치를 집행할 수 있는 단기적 재정 여력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재정정책 대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하방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연말까지 금리가 추가 25bp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며 2020년에는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제레미 죽 애널리스트와의 주요 일문일답이다.
 
Q. 한국경제 침체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A. 침체 수준은 아니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 고조, 세계 경제 침체 등의 대외적 리스크가 존재하고 경제성장률도 과거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기본 시나리오를 비교해봐도 침체가 전망되지는 않는다.
 
Q. 한국경제가 추세상으로 디플레이션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태풍이나 돼지열병 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오를 거라 예상됐지만, 물가지수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영향이 소비심리 등에 부정적일 수 있고, 나아가 민간 소비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A.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당사는 올해 평균 인플레이션 수준을 0.6%로 보고 있고, 이 정도면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돌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가계소비심리 등에 대한 하방 리스크는 존재하며 가계부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여전히 상승보다는 하방리스크가 더 크다고 본다. 다만,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이 견조해졌다고 본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취약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라 보고 제반 사항이 전체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Q. 한국의 국가신용도 상향 조정을 위해서 어떤 요건들이 갖춰져야 하는가?
 
A.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당사의 국가신용도 책정 방법론에 따르면 한국의 순수 경제 지표들을 분석했을 때 국가신용도는 AA등급이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1노치 하향해 AA-로 평가한 것이다. 즉, 북한과의 구조적 긴장완화는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일 수 있다. 
또한 거버넌스 관련 이슈가 있다. 등급 선정에 거버넌스를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는데, 한국 거버넌스는 등급이 유사한 국가 대비 약간 미비한 부분이 있다. 즉, 정부가 이러한 거버넌스 미비에 대응하기 위한 개선 이행 조치는 등급 상향에 긍정적일 수 있다.
 
Q. 북한과의 “구조적 긴장완화”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A. 한국의 방법론적 등급과 실제 등급 차이는 지난 2017년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나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한 관계 개선 움직임이 보였을 때나 1노치로 유지됐다. 북한과의 관계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구조적 긴장완화' 시점은 외교적·경제적 차원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즉 ‘불가역적’ 진전이 이뤄졌을 때로 보고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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