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애경·현대산업, 경영능력 '도마위'
몸집 큰 아시아나항공…승자의 저주 우려
공개 2019-09-1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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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에서 인수자의 ‘장기경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사모펀드보다 애경그룹, 미래에셋대우(006800)HDC현대산업개발(294870) 컨소시엄이 유력한 가운데 이들이 아시아나항공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KCGI(강성부 펀드),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31.05%(구주),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경영권이다.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계열사도 포함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분리매각이 아닌 통매각을 우선하고 있다.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이유로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절차도 분리매각에 비해 덜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은 장기경영을 선호한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10년 이상 이끌 기업이 인수하길 원하고 있다. 과거 대우건설(047040) 사례 같이 승자의 저주로 인해 재매각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KCGI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예비실사가 완료될 때까지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숏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소한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장 좋은 기업이 나타나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참여하기 바란다”라며 “그럼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이 더 튼튼한 기업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영참여를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지속하면서 차입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인수하기를 바라는 눈치”라고 말했다.
 
KCGI나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사모펀드는 FI이기 때문에 경영 지속보다는 투자 수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애경그룹이나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이 유력한 상황이다.
 
실제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애경그룹과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빚 많고 비싼 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재무안정성 지표. 출처/아시아나항공.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 1169억원, 당기순손실 2916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 결제 비용 증가와 임금상승, 충당금 설정 등 영업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영업비용은 2015년 5조5071억원에서 2016년 5조9512억원, 2017년 6조3485억원, 2018년 7조1552억원으로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에는 3조5855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나빠졌는데 빚은 상당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는 9조5989억원이고 부채비율은 659.5%다. 기업 재무구조의 건실도와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수로 쓰이는 차입금의존도는 53.5%로 긍정적인 평가의 기준이 되는 30%를 훨씬 웃돌았다.
 
인수 후에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지만 성공적으로 유상증자를 마친다고 해도 인수자의 부채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여행 보이콧·중국 신규노선 증편 금지 등의 영향으로 인한 여객 수요정체, 화물업황 부진, 미중무역 갈등으로 인한 환율상승 등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를 지분, 경영권 프리미엄, 자회사 가치 등을 고려해 1조5000억~2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가격은 비싸다. 승자의 저주를 걱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속 경영 체력 될까
 
애경그룹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전략적투자자(SI)인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그룹의 외형확대를 도모하려 한다. 제주항공으로 저비용항공(LCC)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인수를 한다면 그룹 성장을 위해 지속 경영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자금력이나 재무상황은 부정적이다. 우선 인수자금 마련도 쉽지 않다.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의 올해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1조3099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3억원에 불과하다.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이라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을 자체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
 
FI 유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애경이 안정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출을 보면 AK홀딩스의 2018년 매출은 3조7112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매출(7조183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애경그룹 전체 실적이 타격을 받게 된다.
 
부채부담도 상당하다. AK홀딩스의 6월 말 부채비율은 183.2%로 높은 편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까지 떠맡는다면 재무안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아이파크타워.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형성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자금력 면에서 우수하다. 미래에셋대우라는 든든한 FI가 있는 데다가 올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3조4170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6310억원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밝혔지만 주력사업인 건설과 항공업은 연관성이 적다.
 
더구나 사업다각화는 실적 안정성을 위해 진행되는데 재무구조가 나쁘고 실적 변동성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어울리지 않는다. 호텔신라(008770)와 손잡은 HDC신라면세점과 시너지는 예상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불안전성을 만회하지 못한 것이란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안정화될 때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이 버텨야 하지만 주력 사업 전망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부정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상반기 매출 2조3301억원, 영업이익 2973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영업이익률은 12.8%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 주택사업 비중은 88.9%에 달한다.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업계는 주변시세보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매기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서도 시행되면 건설사들이 10~20%가량 분양가를 낮춰 주택을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비용은 2조474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조1552억원이다. 건설, 항공 모두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매년 10조원 가까이 되는 비용 발생은 부담이 된다.
 
유력한 인수후보자 2곳이 산업은행이 원하는 장기경영 능력에서 불안감을 보임에 따라 매각 유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달 중 본 실사를 실시, 10월 말 본입찰 진행,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2월 주식매매계약 체결로 진행될 예정이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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