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키우던 CJ제일제당, 재무안정성 '빨간불'
과도한 차입금 증가…채무상환능력 우려 커져
공개 2019-09-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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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을 추진하던 CJ제일제당(097950)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올 상반기 매출 10조5331억원, 영업이익 35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3%가 감소했다.
 
미국냉동업체 슈완즈와 미국 물류업체 DCS로지스틱스를 식품사업부와 자회사인 CJ대한통운(000120)이 각각 인수한 효과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인건비와 판촉비, 증설 고정비 등 비용이 늘어나며 영업이익은 줄었다.
 
CJ제일제당 실적.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6년부터 공격적인 M&A와 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2016년에는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363억원에 인수했으며 중국 심양공장 증자(949억원), 말레이시아 바이오공장 증설(433억원), 인도네시아 사료공장 준공(345억원)이 진행됐다. CJ대한통운의 룽칭물류 인수(약 4500억원)도 이뤄졌다.
 
2017년에는 베트남 미트볼 업체 민닷푸드를 150억원에, 러시아 냉동식품 업체 라비올리를 453억원에 인수했다. 브라질 셀렉타 지분 56%를 2369억원 투입해 사들였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바이오법인을 증설하는데 각각 1266억원, 543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국내 김 원초업체인 삼해상사 지분 49%를 738억원에, 미국 냉동식품업체 카히키를 678억원에 인수했으며 베트남 식품통합기지 설비투자에 약 700억원을 투입했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GEMA DEPT와 미국 DSC로지스틱스를 각각 905억원, 2697억원에 사들였다. 올해는 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된 슈완즈 인수가 진행됐다.
 
이 영향으로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2016년 5조8382억원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조4440억원, 2018년 6조5776억원, 2019년 6월 말에는 10조3650억원으로 10조를 돌파했다.
 
잇단 M&A와 투자의 결과, 순차입금이 늘어났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하락 요인으로 지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하향 변동 요인으로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차입금/EBITDA이 5배가 넘는 것을 제시했다. 이는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현재 빌린 돈을 갚는 기간이 5년을 넘을 시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4.8배, 2018년 4.9배로 하향 기준에 근접해 왔으며 올해 3월 말 6.3배, 6월 말 5.9배로 기준을 넘어섰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국내외 사업 확장투자 및 M&A 지속, 단기간 내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제한을 이유로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CJ제일제당 재무구조. 출처/나이스신용평가.
 
CJ제일제당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2016년 상암동 E&M센터 토지·건물 매각(1225억원), 2017년 삼성생명(032830) 주식 처분(현금유입 3530억원), 2018년 CJ헬스케어 지분을 매각(1.3조원)했으며 슈완즈 인수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3780억원)하며 자금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CJ제일제당은 대규모 M&A를 중단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 최대 식품첨가물 기업인 프리노바 인수를 중단했으며 CJ대한통운은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인수를 포기했다. 두 회사 모두 각각 1조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부담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한 가정간편식(HMR) 경쟁 심화, 곡물 투입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식품사업부의 수익력 회복을 위해 제품 구조조정 및 효율화를 내세웠다.
 
가공식품(stock keeping unit)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 1000개를 감축한다. 이미 상반기 300여개를 정리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라이신 시황 악화와 함께 영업이익이 하락하자 당시 SKU를 줄이는 방법으로 2013년 영업이익률 6%에서 2014년 영업이익률 11%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생산공정 개선 및 운영 최적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원재료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시장 예측 기반 헷징 전략을 고도화한다. 물류비 등 각종 경비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가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어 이런 노력이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슈완즈 인수와 관련된 상각비용이 올해 하반기에 300억원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내년에 400억원, 2021~2022년에는 각각 2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CJ헬스케어 지분 매각 차익에 대한 법인세 납부액이 2400억원 가량 추가될 것으로 추정되며 충청북도 진천 통합식품기지 신설에 2021년까지 약 29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뚜렷한 투자 규모 축소 등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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