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설사? 효성重, 진흥기업 적대적 M&A 가능성에 ‘불편’
워크아웃 종결로 건설업 매출이 중공업 비중보다 많아져
채권단 원매자 탐색 난항...적대적 M&A 가능성 '솔솔'
공개 2019-08-29 08:30: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6일 11: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중견 건설사 진흥기업(002780)이 채권단 관리절차를 졸업하며 효성중공업(298040)의 건설부문 매출비중이 중공업부문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효성그룹이 진흥기업 채권단의 지분 동반매각 요청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효성중공업은 다소 불편한 상황을 맞을 수 있게 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건설부문 누적 매출액 전체의 54%인 1조852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이 본업인 중공업부문 실적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중견 건설사 ‘진흥기업’이 올해 1월 워크아웃이 종결되면서, 효성중공업의 지배력이 회복돼 종속회사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진흥기업의 올해 반기 누적 매출액은 29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건설업 의존도는 훨씬 높아진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835억원으로 연결조정 미반영시 전체 영업이익보다 약 25억원 많다. 실적만 놓고 가늠하면, 건설사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비중. 2015~2017년은 구 효성 사업부문 합산.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신용평가
 
진흥기업은 이제 워크아웃 졸업으로 수익을 낼 일만 남아있어 효성중공업은 굳이 진흥기업을 매각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에 현재 우리은행 등 진흥기업 채권단은 보유지분 44% 단독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대적 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진흥기업 지분 48.1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효성중공업이 지분 동반 매각에 참여하지 않아 채권단의 엑시트 계획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지분 44%로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매입을 원하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 업황 악화로 재무적투자자(FI) 설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효성그룹 참여 없이 단독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지분만으로는 아무래도 인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 용산효성해링턴스퀘어 현장. 출처/뉴스토마토DB
 
효성중공업은 적대적 M&A 방어 전략을 적극 검토하지 않는 모양새다. 급할 것 없는 입장인데다가, 설령 경영권을 상실해도 당장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진흥기업 경영권을 잃게 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지만, 회현역 부근에 있는 AK타워 건설 관련해 설립된 유동화회사(SPC) 에이케이타워제이차 매각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중공업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로 순차입금의존도 30% 이상, EBIT/매출액 4% 하회 등을 제시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31.5%, EBIT/매출액은 4.0%을 기록했지만, 회현역 SPC가 정리되면 진흥기업 매각을 가정해도 효성중공업의 순차입금의존도는 27% 내외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SPC 매각으로 약 34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투자설명회(NDR)에서 “시행 조합과 현대인베스트먼트가 회현역 SPC 매각을 논의하던 중 조합 해산으로 시공 책임이 있던 당사가 일시 관리하는 것”이라며 “회현역 SPC는 올해 3분기 중으로 현대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적대적 M&A가 현실화되면, 다소 불편한 상황을 맞을 수는 있다.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이 수년간 하향세 보이고 있어 진흥기업 실적이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진흥기업의 올해 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효성중공업 전체 영업이익의 약 18%를 차지했다. 반면, 중공업 부문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연결조정 반영 시 진흥기업의 절반도 못 되는 7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공업 부문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하고 해외법인이 흑자전환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실적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달리 말하면, 단기적 관점에서 진흥기업 실적이 EBIT/매출액 지표 하락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진흥기업 영업이익. 효성중공업 2015~2017년은 구 효성 사업부문 합산.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신용평가
 
최악의 경우, 회현역 SPC 매각도 늦어질 수 있다. AK타워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이지만, 원매자 탐색 난항으로 지속 연장된 이력이 있다.
 
현재도 협상이 지연 중이다. 올해 협상 완료 기간은 5월 말이었다. 매각 지연과 진흥기업 경영권 상실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순차입금의존도는 단기적으로 약 34%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과거에 해당 사업장 신탁공매가 성사되지 못한 전례가 있으며 채무보증금액이 유의미해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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