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방지법' 내년 9월 시행…플랫폼 도매 정리 수순비급여 의약품 공급 77%…제약사, 유통·처방 '이중 압박'데이터 활용 규정 없어…플랫폼·제약사 결합 '사각지대'
비대면 진료가 오는 12월24일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행정·관리체계만 담겼을 뿐 초진 허용 범위와 처방 제한 기준 등 핵심 운영 기준은 시행규칙으로 미뤄졌다. 약 배송 확대를 놓고는 부처 간 엇박자도 드러났다. 제도 시행이 다가오지만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IB토마토〉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남은 쟁점을 짚고, 제약·바이오업계가 마주할 변화와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이 내년 9월부터 금지된다. 유통 수익원이 막혀 중개 수수료나 데이터 사업 등으로 수익 모델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관련 규정 미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입법 예고된 의료법 시행규칙에도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을 다룬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도매 겸영 금지로 막은 이해충돌이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맨 오른쪽)과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왼쪽). (사진=연합뉴스)
'닥터나우 방지법' 공포…도매 정리 수순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를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추가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달 15일 공포됐다. 시행일은 내년 9월16일이다. 개정안은 플랫폼과 특수 관계인 도매상이 해당 플랫폼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도 막았다.
현재 도매업을 겸영하는 플랫폼은 닥터나우가 유일하다. 닥터나우는 2024년 2월 도매 자회사 비진약품을 세운 뒤 그해 9월부터 약국 대상 공급을 본격화했다. 이후 비진약품을 흡수합병해 온라인 도매몰로 운영한다.
100만원 상당 29종 의약품 패키지를 구매한 약국에만 '조제확실' 표시를 붙여 사실상 자사 도매 이용을 유도한다는 비판 또한 받았다. 회사는 의약품 유통 시도가 좌절된 점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유예기간이 남았지만 사실상 사업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재고 정리로 보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닥터나우는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휴 약국에 마운자로·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와 탈모·여드름 치료제 발주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 마운자로 2.5mg 공급가는 26만 6400원으로 일반 도매상 공급가(약 27만 8000원)보다 4.2%(1만 1600원) 낮았다. 유통업계에서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라며 법 시행 전 재고 소진을 위한 가격 인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채널에 기대온 제약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된 닥터나우 도매 공급 품목은 지난해 3~10월 기준 탈모·비만·여드름 등 비급여 의약품이 77%를 차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95% 이상이었다.
비대면 처방 규제까지도 생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안은 비대면 진료에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전면 금지하고 초진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했다. 기존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면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허용된다. 플랫폼 도매로 비급여 제네릭을 공급해온 제약사로서는 유통 경로와 처방 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도매를 대체할 기존 도매 거래처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플랫폼 도매몰을 통한 공급 비중이 높았던 업체일수록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탈모·여드름 치료제는 이번 처방 금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기 복용이 필요한 품목인 만큼 초진 처방일수 제한의 영향은 피하기 어렵다.
발언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다음 수익원은 데이터?…규율 장치 없어
문제는 도매 이후다. 현재 무료인 중개 서비스를 의원·약국 대상 건당 또는 월 정액 수수료로 유료화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 커머스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료 기록과 처방 내역, 약 수령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제약사·보험사 등에 제공하는 데이터 사업 가능성 또한 거론된다.
약사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데이터 사업이다. 처방·조제 데이터가 민간 플랫폼에 쌓이면 노출 순서나 추천 알고리즘, 광고 단가 산정에 활용될 수 있어서다. 플랫폼이 일종의 영업대행사(CSO)처럼 제약사 관련 정보를 판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처방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 범위나 제약사와의 제휴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은 없는 점은 해당 우려를 키우는 점이다. 도매 겸영은 법으로 막았지만 데이터를 매개로 한 플랫폼과 제약사의 결합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셈이다. 약사회가 공적 전자 처방전 전달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와의 데이터 결합 가능성 역시 거론된다. KB손해보험 자회사 KB헬스케어는 2024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사가 의료 마이데이터 특수 전문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약사 업계는 처방 데이터가 보험 가입자 선별 등에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IB토마토>에 "플랫폼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만큼 재정적으로 수익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특히 보험사는 이런 데이터를 갖고 싶어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약사 B씨는 "앞으로의 인증 절차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보관했고 용도 외에 쓴 적은 없는지, 유출 시 어떻게 책임질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시행 시점만 서두를 게 아니라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제도적 준비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5월 약국별 의약품 구매·조제 여부 정보를 플랫폼에 개방형 API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플랫폼에 모이는 정보는 더 늘었다. 최근 1년 비대면 처방 이력이 있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약국별 1~2개월 내 구매·조제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플랫폼 업계는 주 단위인 제공 주기를 매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구 중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