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돈길을 묻다)②기관 9조 샀지만 중소형주는 1.6조 팔았다
코스닥150에 10.4조 매수…시총 3000억 미만은 1.6조 매도
연기금도 일부 기업에 매수 집중…승강제에 자금 쏠림 우려
공개 2026-10-20 07:3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6일 14: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기업을 뒷받침할 장기자금 유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고자 기금 평가제도를 손질했지만, 정책적 유인이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기관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일부 대형주와 특정 업종에 쏠린다면 중소형 성장기업까지 온기가 퍼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연초 벤치마크 개편 이후 연기금의 자산배분과 위탁운용에 나타난 변화를 살피고, 코스닥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의 수급 격차를 들여다본다. 아울러 출자기관의 운용사 선정·평가 기준을 점검해 성장기업 발굴이 장기투자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올해 기관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서 9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매수세는 코스닥150 편입 종목과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집중됐다. 지수 밖 종목과 시총 3000억원 미만 기업군에서는 오히려 순매도가 나타나 기관 자금 유입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 연기금 등은 코스닥150 비편입 종목에서도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일부 종목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 집중돼 중소형주 전반의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기관 매수 코스닥150에 쏠려…시총 3000억원 미만 기업선 자금 이탈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2일부터 10월14일까지 기관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9조 307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코스닥150 구성 종목 명단을 기준으로 연중 매매를 분류하면 편입 종목 순매수액은 10조 3866억원인 반면 비편입 종목에서는 1조 78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의 비율도 지수 안팎에서 차이를 보였다. 코스닥150 편입 종목 150개 가운데 순매수 종목은 120개로 80%를 차지했다. 비편입 종목은 분석 대상 1695개 가운데 715개를 순매수해 비율이 42.2%에 그쳤다. 나머지 980개 종목에서는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았다.
 
기관 전체가 코스닥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비편입 종목의 절반 이상은 순매도를 겪은 셈이다. 순매수 상위 종목은 HPSP(403870)(5843억원,) 리노공업(058470)(5628억원), 주성엔지니어링(036930)(5606억원), 원익IPS(240810) (4999억원), 테스(095610)(3901억원) 등이었다.
 
기관 순매수를 이끈 주체는 금융 투자였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12조6802억원으로 기관 전체 순매수액을 웃돌았다. 이중 금융투자는 코스닥150 편입 종목을 11조4708억원, 비편입 종목을 1조2094억원 순매수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간이 흐를수록 코스닥 150 기업 중심으로 ETF나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다 보니 같은 매력도라고 하면 시총 상위주를 선택하곤 한다"면서 "코스닥 150이 아니더라도 선택하는 기업은 압도적인 성장성, 기존 기업과의 다른 성장동력 측면의 희소성 등이 있다면 선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스닥 상장사는 안정성도 우려되지만 기업 정보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면서 "상장기업 중에 IR 활동을 등한시 하고 투자자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연기금도 지수 밖 선별 투자…승강제 도입 앞두고 수급 격차 확대 우려
 
연기금 등은 코스닥 전체에서 649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지수 안팎으로 나누면 흐름이 달랐다.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서는 190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비편입 종목에서는 1252억원을 순매수했다. 지수 밖에서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기관 전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기금 등이 순매수한 비편입 종목은 294개였다. 제이에스링크(127120)가 5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바디(041830) 434억원, 알지노믹스(476830) 355억원, 티엘비(356860) 339억원, 파두(440110) 32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150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에도 연기금 등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매수 금액은 일부 종목에 집중됐다. 연기금 등이 순매수한 비편입 종목 294개의 순매수액을 합하면 6980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 종목의 순매수액이 3093억원으로 44.3%를 차지했다.
 
반면 연기금 등이 순매도한 비편입 종목은 320개였으며, 이들 종목의 순매도액은 총 5728억원이었다. 순매수 종목의 매수 우위 금액과 순매도 종목의 매도 우위 금액을 상계하면 비편입 종목 전체 순매수액은 1252억원으로 줄어든다. 지수 밖에서도 기업별 수급이 엇갈린 것이다.
 
 
시가총액별로 나눠봐도 기관 수급의 차이는 뚜렷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시가총액과 일일 거래대금이 적은 기업은 편입과 편출 과정에서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14일 시가총액을 확인할 수 있는 코스닥 종목을 기준으로 올해 누적 매매를 분석한 결과, 기관은 시총 1조원 이상 기업군을 8조 6389억원, 3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 기업군을 2조 2149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1000억원 이상~3000억원 미만에서는 8196억원, 1000억원 미만에서는 7883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총 3000억원 미만 기업군의 순매도액은 합계 1조 6080억원에 달했다.
 
연기금 등의 지수 밖 매수도 기업 규모에 따라 갈렸다. 코스닥150 비편입 종목 가운데 시총 3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 기업군은 204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3000억원 미만 기업군에서는 71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수 밖 종목에 매수세가 유입됐어도 규모가 작은 기업군까지 고르게 확산된 것은 아닌 것이다.
 
실제 연기금 등의 비편입 순매수 상위 종목인 제이에스링크(127120)와 인바디(041830), 알지노믹스(476830)의 시가총액은 각각 8981억원, 6612억원, 6228억원이었다. 티엘비(356860)와 파두(440110)는 각각 1조986억원, 3조3174억원으로 1조원을 웃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체질 개선을 위해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논의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세그먼트 중심으로 자금이 몰릴 경우 비편입 기업들의 투자 유치와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관리군 등 여러 세그먼트로 구분한 뒤 기업의 규모나 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승격과 강등을 결정하는 제도다. 승강제를 통해 우량 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단 취지이나, 만일 성장성 높은 초기 혁신 기업들이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시장 내 자금 유입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소형 기업으로 장기 기관자금이 유입되려면 투명한 의사소통, IR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 소문이 돌 때나 주가의 변동성이 있을 때 숨지 말고 투명한 소통을 해야 한다"면서 "반대로 소수 투자자와의 내부 정보 공유를 자제해야 한다. 중요 정보가 공식적이지 않은 경로로 지속적으로 유출될 때 기업의 주가는 호재에 반응하지 않고 '셀온'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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