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넘기지만,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일반주주의 투자금 회수 기회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자가 먼저 확보한 지분 규모에 따라 추가로 공개매수해야 할 물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실제 경영권 거래 사례를 통해 주주 간 매각 기회의 격차를 짚고,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실효성과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대주주는 경영권을 팔아 웃돈을 챙겼지만, 일반주주는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해 2월
티웨이홀딩스(004870) 경영권 매각 계약에서 대주주가 받은 주당 가격은 당시 시장가격보다 약 574% 높았다.
한양증권(001750)과
남양유업(003920)에서도 대주주는 지분을 넘겼지만 일반주주의 동반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양생명은 경영권 매각 이후 일반주주에게 별도의 투자금 회수 기회가 열렸으나 시점과 가격은 달랐다.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반주주의 출구를 얼마나 넓힐지는 미지수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먼저 많이 확보할수록 추가 공개매수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제도 도입만으로 매각 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티웨이홀딩스, 시가보다 574% 높은 매각가…일반주주 동반 매각은 없어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6월24일 예림당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주식 5234만 3999주를 인수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46.26%로, 총 양수도대금은 2500억원이다. 같은 해 2월26일 체결한 계약이 약 4개월 만에 마무리되면서 티웨이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소노인터내셔널로 바뀌었다.
공시된 주당 거래가격은 4776원이다. 계약 체결일 종가인 709원보다 4067원, 약 573.6% 높다. 예림당이 보유한 4447만 3577주와 오너 일가 지분이 함께 거래됐으며, 매도인들은 계약 대상 주식을 전량 넘겼다. 반면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가격으로 인수자에게 주식을 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장내 매도는 가능했지만 경영권 거래가격을 보장받을 수는 없었다.
한양증권도 기존 최대주주 측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권이 이전됐다. KCGI 측은 지난해 6월18일 한양학원과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로부터 한양증권 주식 376만 6973주를 인수했다.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29.59%다. 최종 거래단가는 주당 5만 7500원으로, 거래금액은 약 2166억원이다. 일반주주가 해당 거래에 참여해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함께 매각하는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기존 최대주주 일가의 과반 지분이 한꺼번에 넘어간 사례다. 한앤코19호 유한회사는 2024년 1월30일 홍원식 전 회장 등으로부터 보통주 37만 8938주를 주당 82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52.63%다. 기존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전체 지분 53.08% 가운데 실제 거래된 물량으로,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과정에 일반주주의 동반 매각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남양유업은 당시 대주주 지분이 주당 82만원에 거래됐지만, 일반주주에게는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대주주는 경영권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그 거래에서 소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주주 지분까지 함께 사들였다면 인수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주당 거래가격은 조정됐을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도 함께 매각할 기회가 있었느냐는 점인데, 남양유업은 매각의 과실이 특정 대주주에게만 돌아간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인티큐브·넵튠도 대주주 지분 거래…동양생명은 다른 가격에 회수 기회
이 같은 거래는 올해도 이어졌다. 플레이버스는 지난 3월10일 #인티큐브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한 주식은 586만 4088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42.25%다. 공시에 기재된 주당 취득가격은 2558원이다. 기존 대주주 측과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것으로, 일반주주 전체에게 동일한 매각 조건을 제시하는 공개매수 방식은 아니었다.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지난해 7월9일 보유하던
넵튠(217270) 주식 1838만 7039주를
크래프톤(259960)에 넘겼다. 주당 가격은 8972원, 총 거래금액은 약 1650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넵튠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크래프톤은 기존 보유분에 해당 지분을 더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역시 매도인과 인수자가 합의한 가격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을 넘기는 거래였다.
만호제강(001080)은 더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 거래가 이뤄졌다. 엠에이치그룹홀딩스는 올해 1월30일 김상환 등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 102만 9992주를 인수했다. 당시 발행주식의 24.82%다. 거래 완료 후 제출된 소유상황보고서에는 매도인별 주당 거래가격이 5만 5251~6만 2700원으로 기재됐다. 일반주주가 같은 거래에 참여해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동양생명은 경영권 매각 이후 일반주주에게 별도 회수 기회가 열렸지만, 시점과 조건은 달랐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지난해 7월 대주주 지분을 주당 1만 562원에 인수했다. 일반주주는 올해 8월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주식으로 교환하거나, 주식교환에 반대하고 요건을 갖춰 회사에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었다.
교환비율 산정에 적용된 동양생명 주당 가치는 8720원, 회사가 반대주주에게 제시한 매수예정가격은 9356원이었다. 다만 회사는 경영권 인수가격 산정 당시보다 순자산과 이익창출력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차이를 모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일반주주가 대주주와 별도의 시점에 다른 조건을 적용받았다는 차이는 남는다.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도 주식을 팔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은 보류된 상태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의 경영권 인수자가 '50%+1주'에서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보유분을 뺀 물량 이상을 추가로 공개매수하도록 한다. 대주주에게서 먼저 사들인 지분도 보유분에 포함돼, 그 물량이 클수록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추가 매수해야 하는 물량은 줄어든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IB토마토>에 "지분을 더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특정 주주에게만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는 문제"라며 "기업의 가치를 전체 주주가 보유지분에 따라 함께 나눌 것인지, 대주주 지분과 일반주주 지분을 구분해 대우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이 바뀔 때는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에게도 새로운 대주주 아래에서 투자를 이어갈지, 지분을 매각하고 나갈지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