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성과평가와 관리체계는 점검이 필요하다. 투자금액과 보육실적뿐 아니라 회수·청산 성과, 운용 과정의 이해상충 가능성, 창업지원 사업 개편의 근거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IB토마토>는 초기투자 시장의 성장을 평가하고 이면에 남아 있는 제도 공백과 개선 과제, 쟁점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청창사)가 폐지 기로에 서면서 투자 업계에서 기존 보육 기능을 살리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청창사 예산을 빼고 재창업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초기 청년 창업자의 지원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도 명맥을 유지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예산 심사의 핵심은 사업화 자금과 교육·투자 연계, 동문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모일 전망이다.
(사진=KOSME청년창업사관학교·AI제작)
정부안은 폐지·전환…신임 장관은 명맥 유지 모색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소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창사의 동문 네트워크가 지닌 가치에 공감하며 명맥을 유지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기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국회 예산심사와 기획예산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안은 청창사의 종료·전환을 전제로 짜여 있다. 중기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는 청창사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대신 예비 재창업자와 재창업자의 실패 원인 분석과 보육 등을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학교에 595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기존 청창사 인프라 등을 활용해 전국 19곳에서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청창사는 창업 아이템과 기술을 가진 초기 창업자를 발굴해 창업 전 단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청창사 예산은 1025억원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지원 규모는 950명으로, 만 39세 이하이면서 창업 3년 이내 기업 대표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사업화 자금은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며 창업 공간과 제품개발 장비, 교육·코칭 등도 제공한다.
투자유치와 다른 정책사업의 연계도 지원 내용에 들어 있다. 투자전담운영사와 창사 스타트업 펀드를 활용해 투자유치를 돕고, 정책자금과 마케팅·판로지원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상담과 현지 진출지원도 제공한다. 졸업기업에 대해서는 졸업 후 5년간 이력을 관리하며 후속 지원을 한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측은 청창사 폐지가 아닌 민간 위탁 중심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보육 경험과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민간 참여를 이어가자는 취지다. 사업을 폐지하기보다 운영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으로, 제안의 반영 여부와 구체적인 지원 범위는 향후 논의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청창사 폐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폐지가 아닌 민간 위탁 중심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향후 예산 심사에서는 청창사가 해온 지원 가운데 무엇을 이어갈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간을 찾는 창업자가 줄었다면 조사 시점과 대상부터 확인해야 한다. 공간 이용이 줄었다고 사업화 자금이나 교육을 원하는 창업자까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설 운영만 조정할지, 프로그램도 바꿀지 나눠 검토하면 어떤 지원을 유지하고 예산을 얼마나 배정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청창사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다른 창업지원 사업이 있더라도 신청 나이와 업력, 선발 인원이 다르면 청창사 지원 대상이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주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지, 자금과 교육을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대체 사업의 신청 조건과 모집 규모를 비교하면 기존 지원 대상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물과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 창업자에게 지급하는 사업화 자금, 교육에 쓰는 비용은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체 예산이 비슷하더라도 항목별 배분에 따라 창업자가 받는 지원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바꿀 경우 시설 운영비와 기업 지원금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면 실제 지원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16년 전통의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스타트업 생태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총동문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대표적 총동문회 기업으로 토스·직방·티오더 등이 있으며, 동문회 간 교류도 활발하다"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