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수성자산운용의 운용보수가 1년 만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펀드 설정잔액이 20%가량 증가한 데 비해 운용보수 증가율은 234%에 달했다. 운용자산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격차다. 지난해 말부터 수성운용이 코스닥벤처펀드를 잇달아 설정하고 메자닌 투자에 적극 나선 시기와도 맞물린다. 올해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운용 물량까지 확보하며 투자 여력이 확대됐다. 다만 투자처 대부분이 적자를 내거나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코스닥 중소형사라는 점에서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수성자산운용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IFC 서울 (사진=IFC)
4일 수성자산운용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6회계연도 1분기인 올해 4~6월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는 29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8억9000만원 대비 3.3배 증가했다.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등을 포함한 전체 수수료수익도 같은 기간 10억7300만원에서 32억8300만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AUM 20% 늘 때 운용보수는 234% 증가
운용보수 확대에 힘입어 전체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수성자산운용의 4~6월 영업수익은 68억3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5억6900만원 대비 4.4배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억200만원에서 52억2000만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5300만원에서 40억7500만원으로 확대됐다.
운용자산도 성장세를 보였다. 수성자산운용의 운용 펀드는 지난해 6월 말 72개에서 올해 6월 말 84개로 12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펀드 설정잔액은 5683억원에서 6845억원으로 20.4% 증가했고, 순자산총액은 6052억원에서 7421억원으로 22.6% 늘었다.
수성자산운용의 운용보수 증가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벤처·메자닌 펀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이후에만 총 1480억원 규모의 신규 코스닥벤처펀드 7개를 추가로 설정하면서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수성코스닥벤처SN8·SN9를 각각 200억원 규모로 설정한 데 이어 12월에는 330억원 규모의 수성코스닥벤처SN10을 결성했다. 올해 1월에도 H시리즈 코스닥벤처펀드 3개를 연이어 내놨다. 이를 통해 총 35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여기에 지난 6월 운용을 시작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자펀드가 추가됐다. 수성운용은 소형 부문 운용사로 선정돼 400억원 규모의 ‘수성국민성장코스닥벤처 일반 사모투자신탁’을 결성했다. 수성운용은 결성액의 5%인 약 2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했다.
메자닌 투자 확대…투자처 리스크 '우려'
신규 펀드는 설정 직후 코스닥 상장사의 메자닌 투자에 동원됐다. 수성코스닥벤처SN8과 SN9는 지난해 12월
해성산업(034810)이 발행한 교환사채(EB) 투자에 활용됐다. 수성운용은 수성멀티메자닌SN2와 엔에이치-수성 제2호 메자닌 신기술사업투자조합까지 동원해 해성산업 EB에 총 6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1월에는 SN7·SN8·SN9·SN10을 통해
엘앤케이바이오(156100)가 발행한 32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가운데 50억원을 인수했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지놈앤컴퍼니(314130)다. 수성운용은 지난 3월 지놈앤컴퍼니가 발행한 270억원 규모 CB 가운데 115억원을 인수했다. 전체 발행액의 42.6%에 해당한다. 투자 물량은 SN8 15억원, SN10 20억원, H1 8억원, H2 8억원, H3 7억원 등 기존·신규 펀드 10개에 분산됐다.
다만 신규 투자처 상당수가 적자를 내거나 투자·운영자금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코스닥 중소형사라는 점은 부담이다. 지놈앤컴퍼니의 경우, 신약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CB로 조달한 270억원도 신규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진영은 CB 조달액 8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기존 차입금 상환에 배정했고, 엘앤케이바이오 역시 신규 설비투자와 함께 기존 CB 상환에 자금을 배정했다.
수성자산운용은 하나의 CB를 여러 펀드에 나눠 편입하는 방식으로 개별 펀드의 투자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사 기준으로 보면 리스크가 여러 펀드에 동시에 쌓이는 구조다. 주가 하락으로 전환 유인이 사라진 상태에서 여러 펀드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발행사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상환이 지연되면 관련 펀드가 동시에 손실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신규 펀드 대부분은 손익차등형으로 설계됐다.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손실을 먼저 부담하는 대신 목표수익률을 웃도는 성과가 발생하면 초과수익을 우선 배분받는 구조다. 수성자산운용은 국민성장펀드에도 2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한 만큼 투자 부실이 발생하면 운용보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자기자본 손실까지 부담할 수 있다. 운용보수 확대와 함께 운용사가 떠안은 위험도 커진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과 메자닌 전환 차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결국 발행사의 상환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운용자산과 보수 증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투자기업의 실적 개선과 적기 회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