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국내 이어 해외도 구조조정…LCI 몸값은 '물음표'
에틸렌 249만톤 감축에도 샤힌 공급에 72% 상쇄
중국 공급과잉 지속…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
LCI 지분가치 반토막…대규모 손실에 협상력 약화
공개 2026-08-26 07: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4일 17: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국내에서 대대적인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뛰어든 데 이어 인도네시아 사업장 정리까지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국내 구조조정만으로는 실질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되자 해외로까지 손을 뻗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산과 여수 구조조정을 통해 에틸렌 249만톤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S-Oil(010950)(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새로 풀리는 물량으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법인은 이미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412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이 반영된 상태로 이는 향후 매각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투자금 대비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은 현저히 작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롯데케미칼)
 
에틸렌 수출 비중 65%인데…국내 감산만으론 '한계'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기초화학 사업 법인 PT LOTTE Chemical Indonesia(이하 LCI)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이미 정부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과 손잡고 대대적인 석화 사업 구조조정에 참여했지만, 예상보다 국내 사업장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자 자체적으로 해외 사업장 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화 구조조정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기업이다. 대산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케미칼과 손잡고 11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고, 여수에서는 한화솔루션(009830)과 DL케미칼과 함께 139만톤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두 프로젝트를 합친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량은 249만톤으로 정부가 제시한 전체 감산 목표치(연 270만~370만t)에 근접한 규모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문제는 국내 감산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벌어지는 중국발 공급과잉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특성상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기초화학 부문 매출을 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4조 4929억원으로 전체의 61.9%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수출액이 8조 1593억원으로 65.4%에 달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 매출의 3분의 2 가까이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국내 NCC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실적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감산 효과 자체를 갉아먹는 변수도 있다.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초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연산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새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대산과 여수에서 줄이기로 한 249만톤 중 72%에 해당하는 물량이 울산의 신규 증설분으로 그대로 상쇄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국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구조조정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결국 국내 에틸렌 생산량 감축만으로는 실질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롯데케미칼이 선제적으로 해외 사업장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은 중국발 공급과잉 위험의 규모를 봤을 때 그 목표치가 업계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석화 산업의 경우 내수보다 수출 시장이 크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구조조정 만으로는 해외 시장 문제를 상쇄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석화 업계의 발전을 위해선 구조조정과 더불어 R&D 등의 지원을 통해 고부가 제품 개발에도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구조조정 효과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해외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며 "국내외 범용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전사적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장 정리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고 말했다.
 
5.7조 투입한 LCI 순손실만 4614억원…지분가치 '흔들'
 
해외 구조조정 대상인 LCI는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는 해외 법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LCI는 지난해 순손실 4614억원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LCI 지분투자에 대해 41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LCI 지분의 별도재무제표상 장부금액은 2024년 말 9753억원(지분 49%)에서 지난해 말 4366억원(지분 24%)으로 1년 새 절반 넘게 줄었다.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이 연결 수익성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손상차손 반영으로 투자가치까지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다.
 
장부금액 급감은 두 요인이 겹친 결과다. 감소분 5388억원 가운데 4976억원(92%)은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3월 LCI 지분 25%를 제3자에 매각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으로 인해 발생했고, 나머지 412억원(8%)은 손상차손이다. PRS는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만기 시점에 주가 등락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는 구조다. 실적 악화로 자체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롯데케미칼이 지분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LCI 잔여 지분(24%) 매각을 추진하는 시점에 이미 확인된 손상 징후가 향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케미칼은 LCI 지분을 인도네시아 현지 국부펀드 BPI다난타라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동 정세 악화로 다난타라와의 협상 일정이 지연되면서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최종 매각 지분·가격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다만 다난타라는 검토 당시 LCI 인수 금액을 17억달러(약 2조 4000억원) 수준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LCI는 약 5조 7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손상 징후가 뚜렷한 상태에서 향후 협상이 진행될 경우 과거 거론됐던 2조 4000억원 안팎의 인수가에서 더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매각대금이 실제로 유입되더라도 상당 부분이 기존 PRS 계약의 상환과 정산 그리고 LCI가 보유한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손상을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해당 투자자산의 회수가능액을 기존 장부가보다 낮게 봤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인수자 측이 가격을 낮추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대규모 손실까지 겹친다면 매도자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LCI는 인도네시아 내 유일한 NCC 사업인 만큼 현지 정부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며 "다난타라와의 지분 거래 계약도 검토한 사실은 있지만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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