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결혼하면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결혼했다는 이유로 받을 수 있었던 정책대출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봉 5000만원인 두 사람이 결혼 전에는 각각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정책대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 합산소득은 1억원이 됩니다. 현재 신혼가구 디딤돌대출의 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입니다. 결혼했다고 두 사람의 소득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닌데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른바 '결혼 페널티'입니다.
결혼 페널티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대출과 공공임대 등 상당수 지원 제도가 개인이 아닌 가구의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미혼일 때는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하지만 결혼하면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됩니다. 문제는 신혼부부에게 적용되는 소득 기준이 미혼 두 사람의 기준을 합친 수준만큼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두 사람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정책 지원을 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의원실이 당시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결혼 후 1년 이상 혼인신고가 지연된 비율은 2014년 10.9%에서 2024년 19.0%로 높아졌습니다. 물론 이들이 모두 대출이나 청약 혜택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 역시 결혼 이후 발생하는 제도적 불이익을 줄여야 할 문제로 보고 관련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결혼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신혼부부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미혼 청년과의 형평성입니다. 똑같이 집이 필요한 무주택 청년이라도 결혼 여부에 따라 대출이나 주택 지원의 기회가 크게 달라진다면 결혼 페널티를 줄이는 대신 미혼 청년에게 또 다른 불이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했다고 무조건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것도, 미혼 청년의 몫을 줄여 신혼부부에게 돌리자는 것도 아닙니다.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줄이는 동시에 청년 세대 간 형평성과 가계부채, 주택시장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으로 신혼부부 정책대출의 소득 기준을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가 '결혼 페널티' 해소 정책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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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