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삼화콘덴서(001820)가 최근 몇 년간 꺾이고 있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TV·생활가전 등 전방 가전 업황 침체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매출원가 확대가 맞물리며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를 겨냥한 산업용·
전장용 고신뢰성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시장에서는 MLCC 기술 경쟁력 확보와 높은 원가 구조 개선이 수익성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삼화콘덴서)
원재료 가격 급증···영업익 3년 만에 '반토막'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화콘덴서는 가파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29억원으로 전년 동기(724억원) 대비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전년 동기(48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단기 실적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변화지만 최근 몇 년간의 추세를 보면 수익성은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2023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2808억원, 2954억원, 2945억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237억원, 178억원, 129억원으로 2년 만에 46% 급감했다.
기존 전방 업계인 가전 업황의 침체로 외형 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원재료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삼화콘덴서는 주요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수입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화학 첨가제류는 전년 동기 대비 48% 오른 1만 7522원을 기록했고, 전극은 같은 기간 34.8% 상승한 252원에 달했다. 필름도 전년 동기 대비 2.6% 오른 2만 1989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극은 전체 원재료 매입 비중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인 만큼 가격 급등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은 매출원가율 증가로 직결되며 수익성 하방 압력이 거세졌다. 매출원가율은 2023년 81.4%(2286억원)에서 2024년 84%(2481억원), 2025년 85%(2504억원)까지 치솟으며 3년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023년 8.4%에서 지난해 4.4%로 반토막 났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원가율이 83%로 전년 동기(83.6%) 대비 0.6%포인트 개선됐지만, 판관비까지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6.6%) 대비 0.2%포인트 내린 6.4%에 그쳤다.
MLCC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원재료 비용·기술 경쟁력 '관건'
수익성 개선 돌파구로 삼화콘덴서가 선택한 카드는 MLCC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기존 가전용 세라믹 콘덴서 중심에서 산업용·전장용 고신뢰성 MLCC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MLCC 매출 구성은 차량 전장용 35%, 산업용(전력·데이터센터·태양광 등) 31%, 가전용 25% 순이었는데 올해 5월에는 산업용이 35%로 1위에 올라섰고 차량 전장용 34%, 가전용 20% 순으로 재편됐다. AI 인프라 특수에 발맞춰 산업용 비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MLCC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MLCC 매출 비중은 53.2%(388억원)로 전년 동기(43.1%) 대비 10.1%포인트 확대됐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향 산업용 매출 비중을 지난해 2%에서 올해 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우호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MLCC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기(009150)·
무라타 등의 고용량 MLCC 현물 가격이 2~5배까지 뛰면서 삼화콘덴서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기·무라타 등 톱티어(Top-tier) 업체의 가격 인상에 후행해 인상에 성공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대기업향 MLCC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 능력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용인 공장에 145억원을 투자해 MLCC 생산성을 끌어올렸고, 그 효과는 올해 하반기 실적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에도 생산력 강화·품질 고도화를 위해 26억원의 투자를 추가 집행했으며 향후 89억원 규모의 투자도 예정돼 있다.
다만 삼화콘덴서의 MLCC는 중소형 용량 제품 위주여서 고용량 제품을 앞세운 톱티어 경쟁사 대비 가격 인상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높은 원재료 비용을 상쇄하려면 MLCC 판가가 충분히 올라야 하는데 제품 스펙 자체가 인상 폭의 상한을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화콘덴서 MLCC 제품은 중소형으로 삼성전기나 무라타 대비 용량이 낮아 가격 인상 폭은 고용량 제품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난해 MLCC 관련 생산설비 추가와 함께 전방 수요에 따른 추가 증설 가능성도 있어 MLCC 중심의 매출 성장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화콘덴서가 AI 인프라 특수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 관리와 고용량 MLCC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삼화콘덴서 IR 측에 원재료 가격 상승 대응과 MLCC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