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생존법)③고수익보다 현금회수…방어형 투자로 무게 이동
IRR보다 DPI…분배금 가뭄에 재출자 여력 약화
인수금융 확대 이면에 기존 대출 만기 연장
DPI 방어 위한 컨티뉴에이션 펀드·세컨더리 활성화
공개 2026-05-2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1일 14: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로 차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기존 바이아웃 중심 전략만으로는 기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고 있다. 이에 PEF들은 소수지분 투자와 메자닌 등으로 투자 방식을 넓히며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 대응에 그칠지, 아니면 사모펀드 산업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짚어보고, 투자 방식 변화가 수익률과 리스크, 인수·합병(M&A)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과거 고성장기에 통했던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전략은 저물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며 확실하게 현금화하는 '방어형 투자'가 부상하고 있다. 고금리와 밸류에이션 조정, M&A 시장 침체로 투자회수(엑시트)가 지연되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사모펀드(PEF)의 성과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따졌지만, 최근에는 투자금이 실제로 얼마나 회수됐는지를 보여주는 '납입금 대비 분배금(DPI)'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IRR는 투자금 납입 시점과 회수 시점, 평가가치 등을 반영해 연간으로 따진 수익률이다. 반면 DPI는 기관투자자(LP)가 펀드에 납입한 자본 대비 실제로 돌려받은 분배금 비율을 의미한다. 펀드가 장부상 높은 평가이익을 기록하더라도 매각이나 배당 등을 통해 현금이 분배되지 않으면 DPI는 개선되지 않는다.
 
특히 LP 입장에서는 DPI가 신규 출자 여력과 직결된다. 기존 펀드에서 회수한 자금을 다시 신규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분배금이 줄어들면 재출자 여력도 함께 약해진다. 이 때문에 최근 운용사들도 단순히 높은 평가이익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당·일부 지분 매각·리파이낸싱·세컨더리 등 현금 회수 경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IRR보다 DPI 보는 LP…분배금 가뭄에 재출자 여력 약화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는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PE 시장이 2023년부터 엑시트 병목 현상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2025년 딜과 엑시트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소수 ‘A급’ 메가딜 중심의 양극화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형 딜은 여전히 적체돼 LP에 지급되는 분배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배금 가뭄은 숫자로 확인된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MSCI 데이터를 통해 공개한 차트에 따르면, 2022~2025년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의 연간 배분금은 순자산가치(NAV) 대비 1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수준(약 8~12%)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PE의 황금기로 불리던 2007년 당시엔 약 38%, 저금리와 유동성 확장기가 이어졌던 2014~2016년엔 26~30%, 2021년엔 코로나 사태 이후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32% 수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LP 손에 실제로 돌아가는 현금은 과거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도 지난해 말 기준 DPI는 15%로, 장기 평균인 25.2%를 여전히 크게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2025년부터 분배금이 출자금을 웃돌며 PE 시장이 회복 초기 국면에 들어섰지만, LP들이 체감하는 현금 회수 수준은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파이낸싱으로 '버티기'…인수금융 확대 이면에는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이 때문에 PEF 운용 전략은 바이아웃으로 대표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전략보다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방어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인수금융 시장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규 바이아웃보다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리파이낸싱 비중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경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금융사의 인수금융 주선시장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신규 바이아웃보다는 리파이낸싱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3.3조원), 한앤컴퍼니의 쌍용C&E(1.7조원)와 H라인해운(1.25조원), IMM PE의 에어퍼스트(1.05조원) 등 시장의 대형 자금줄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과 금리 인하 거래에 집중됐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위탁운용사(GP)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만기 구조를 연장해 엑시트 시점을 확보하는 방어 수단에 가깝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성격은 신규 투자 확대보다 보유 자산 관리와 회수 시점 조정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DPI 방어 위한 컨티뉴에이션 펀드·세컨더리 거래 활성화
 
컨티뉴에이션 펀드와 세컨더리 거래가 확대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새 펀드로 옮기면 기존 LP에는 유동성을 제공하고, GP는 해당 자산을 더 오래 보유하며 추가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다. 전통적인 M&A와 IPO만으로 회수가 어려워지자 세컨더리가 PE 시장의 유동성 공급 장치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세컨더리 거래 규모는 2400억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바이아웃 펀드는 역사적으로 공개 상장주식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보여왔지만, 2025년 모든 사모 전략이 상장 주식시장 성과를 하회했다"라며 "LP들은 출자 여력이 제한되면서 자금 배분에 더욱 신중해졌고, 이로 인해 자금 모집은 대형펀드로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2025년 세컨더리 시장의 거래와 자금 모집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라며 "PE 시장이 성숙하면서 세컨더리 및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일시적 대안이 아닌 상시 인프라로 정착하고 있는데, 최종 IRR 보다 주기적인 DPI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형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도 <IB토마토>에 "LP들이 보는 기준이 IRR에서 DPI로 옮겨가면서 운용사들도 무리한 고수익 전략보다 현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연 20% 이상을 노리는 공격적 바이아웃보다 연 10~15% 수준의 안정적 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사모신용, 소수지분, 메자닌 전략이 수익률 방어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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