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스퀘어(402340)가 연이은 자산 매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폭 정리한 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콘텐츠 등 만성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산업에 투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비핵심 자산 리밸런싱을 단행하며 연결 자회사를 절반 이상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를 거뒀다.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과
SK하이닉스(000660)의 고성장에 힘입어 늘어난 배당 수익을 바탕으로, SK스퀘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SK스퀘어)
비핵심 자산 정리 속도전…리밸런싱 주도 최재원 수석부회장 합류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 1년간 자회사 수를 10개에서 6개로 줄이며 지분 정리와 매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1조 5574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는 2024년 말(1조 3683억원) 대비 13.82%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과 기타유동자산을 더하면 전체 유동성 자산은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연말 자산 매각 대금과 SK하이닉스로부터 유입되는 배당 수익까지 감안할 경우 시장에서는 SK스퀘어의 실질적인 투자 여력이 최소 3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스퀘어는 그동안 수익성이 부진했던 투자 자산을 선별적으로 정리하는 대신 반도체와 AI 관련 신규 투자 타깃을 적극적으로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스퀘어는 드림어스컴퍼니 지분을 매각했고 11번가와 인크로스, 스파크플러스, 코빗 등은 관계회사로 이관하는 등 주력 포트폴리오 재정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 내에서 재무 구조 개선과 리밸런싱을 주도해 온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올해부터 SK스퀘어의 투자 전략 전면에 나선다. 최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엔텀 통합 등을 이끌며 그룹의 리밸런싱을 주도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2년에는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조 단위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도 관여하며 자금 조달과 투자 구조 설계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최 부회장이 SK스퀘어 임원으로 합류하면서 대형 투자 검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룹 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정규 사장이 SK스퀘어 신임 대표로 선임되며 투자 전략 전환에 대한 의지도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AI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 구간과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서 의미 있는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히며 전략 변화를 시사했다.
염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반도체와 ICT 부문에 집중된 투자 전략으로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다소 저하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최근 자회사 보유 지분 처분 등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자금 조달 사례와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감안하면 경상적인 투자 소요는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TGC스퀘어 통해 유망 기업 선투자…단독 대형 M&A도 검토
SK스퀘어는 자산 매각과 병행해 올해 신규 투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신규 사업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3년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해외 투자 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유망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는 한편 대형 M&A를 단독으로 집행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공동출자한 해외 투자법인 TGC스퀘어가 지난해 미국과 일본 반도체, AI기업 5곳에 200억원을 투자 집행했다(출처=SK스퀘어)
TGC스퀘어는 2023년 설립된 해외 투자 법인으로 공동 출자를 통해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미국 데이터센터용 AI칩 개발 기업 디매트릭스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AI 분야 유망 기업 5곳에 총 200억원을 투자한 이후 남은 재원을 활용해 글로벌 유망 기업 지분을 속도감 있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NH투자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도현우 매니징디렉터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글로벌 반도체와 AI 기업 발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스퀘어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빅딜 역시 물밑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밸류체인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SK스퀘어 측은 <IB토마토>에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슬림화한 이후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투자 노선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SK하이닉스 등 수익성과 사업적 연관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