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AI)②철강업, 생산 AI는 선택…안전 AI는 필수
가공 중심 산업구조…생산에 AI 확대할 이유 적어
안전 법령 강화로 안전 분야에 AI 도입 기대
공개 2025-11-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8일 15: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무역이 점차 블록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중심축도 기존의 비용과 효율성에서 지정학적·경제안보적 선택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는 곧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의 경영 환경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은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불량률 감소를 통한 낭비 최소화, 생산성 향상 등으로 지정학적 제약이 초래하는 비용 부담을 완화할 핵심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우리 제조업의 AI 도입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산업별 경쟁력 변화와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 대기업과 나머지 기업 사이에 생산 부문 인공지능(AI) 격차가 커지고 있다. 다만, 격차가 벌어져도 다수 철강업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 전반에 AI 도입 동기가 낮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산업 구조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소재 생산 기업과 대다수의 가공 업체로 구성된다. AI 도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영역은 정밀한 성분 배합 등이 요구되는 소재 생산에 있다. 다만, 안전 분야 등은 철강업계의 잠재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어 사고를 막기 위한 AI 도입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스마트고로(사진=포스코)
 
생산에 AI 도입 유인 적어
 
1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 내에 생산과 관련된 AI 도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실제 적극적으로 생산에 AI를 도입하는 기업은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AI를 도입해도 일부 공정에 적용하는 경우가 다수다. 적극적으로 AI가 도입되지 않는 이유로는 투자 대비 효능감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상공정 회사, 해당 회사로부터 소재를 받아 가공하는 하공정 회사로 구분된다. 상공정 회사는 미세한 성분 조절 및 배합 등이 중요하다. 생산 과정에서 AI의 세밀함이 요구되는 분야다. AI가 성분 배합 등을 제어할 수 있다면 철강 품질이 균일화되는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포스코 등 상공정 업체는 AI 도입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 방산, 에너지 등 특수분야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면서 AI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포스코는 스마트고로를 통해 제선공정(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단계) 단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조업 조건(고로 온도, 원료 비율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이러한 성과로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등대공장에 선정된 바 있다.
 
반면 하공정 업체는 상공정 업체로부터 소재를 받아 가공하는 사업을 한다. 철강을 자르고 변형하면 되기 때문에 AI 없이도 생산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도 대부분의 설비는 자동화된 상태다. 설비 운영자들이 이러한 자동화된 생산을 관리한다.
 
하공정 업체들은 주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비해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다. 이 역시 AI 도입 필요성을 낮춘다. 업계에 따르면 하공정 업체의 수요는 기존 자동화 설비 속도 높이기 등에 집중돼 있다.
 
상공정 회사와 하공정 회사 사이의 생산 부문의 AI 도입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가공 사업을 주력으로 삼기 때문에 생산 AI 도입이 지체되더라도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사 다수가 오랜 기간 쌓아온 생산 노하우를 데이터화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도 철강산업 구조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 등 업계 화두에 AI 도입 확대
 
다만, 안전부문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중대재해 처벌 강화, 재해가 ESG 경영 및 재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에 관련된 AI 도입이 향후 철강사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위험이 상존하는 철강 생산 현장에 사람이 직접 투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 재해자 수 대비 철강산업 재해자 수는 49%에 달했다. 재해 발생 시 기업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중단에 따른 재무적 피해도 발생한다. 아울러 중대재해 즉시 공시 의무 제도 시행가 시행되면서 모든 중대재해 사고를 공개해야 한다. 이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공시 의무가 있었다.
 
AI가 안전 영역에 도입될 경우 사고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철강업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안전 AI도 사고 예방과 사전 인식 등에 집중돼 있다. 가령 수십톤에 달하는 코일이 이탈하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할 시 AI가 이를 인식하고 즉시 중단시키는 시스템 등이 있다. 아울러 철강 코일을 옮길 때 사람 혹은 물체와 충돌 가능성을 감지해 스스로 이동을 조정하는 스마트 호이스트 시스템도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미 국내 하공정 업체들의 설비는 오랜기간 자동화 체계가 구축되며 불량률이 낮은 상황이라 AI 도입 동기가 낮을 수 있다. AI는 포스코 등 소재 품질이 중요한 업체들이 적극 도입하고 있지 소재를 받아 가공하는 업체는 이미 품질이 인증된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AI 적극 도입할지 의문 ”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