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숨은손)①삼성, 8년 만에 '컨트롤타워' 부활하나
경영진단실, 1년 만에 글로벌리서치→전자 이관
사업지원실로 재편되며 그룹 차원의 조율 기능 강화
향후 역할 주목…'뉴 삼성' 전략 시동
공개 2025-11-07 15: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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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사 내부의 연구·전략 조직이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사실상 경영 자문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에는 거시경제나 산업 리서치에 초점을 맞췄던 싱크탱크들이 이제는 신사업 투자와 인사 전략, 리스크 관리까지 관여하며 그룹의 실질적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핵심 인사들이 이들 조직에 포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의 내부 전략조직 변화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의사결정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대기업들이 내부 전략조직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 투자 조율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핵심 임원들을 재배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삼성전자(005930)로 소속이 변경된 이후 사업지원 TF와 경영진단실을 합친 '사업지원실'이 새롭게 탄생하면서 지난 2017년 이후 사라졌던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부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삼성전자)
 
리서치에서 컨설팅으로…삼성글로벌리서치의 변신
 
7일 재계 및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산하 경영진단실이 이달 초 삼성전자 소속으로 전환된 이후 기존의 사업지원TF와 업무를 통합해 '사업지원실'이 출범했다. 그룹 내에서는 사실상 컨트롤타워 재편의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룹의 핵심 임원들이 모인 데다 각 사업부의 실적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조직 효율화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향후 삼성전자 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사업지원TF장을 맡았던 정현호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을 이끄는 수장에 올랐다. 경영진단실을 이끌었던 최윤호 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로 소속을 옮긴 지 한 달만에 사업지원실 내 전략팀장직을 맡게 됐다. 이외에도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People 팀장에 선임됐다.  
 
이번 조직개편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경영진단 기능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시장 호황과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룹은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초대 수장은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삼성SDI(006400) 대표 등을 거친 최윤호 사장이 맡았다. 그는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와 전략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재무구조와 투자계획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삼성전자 감사팀장을 지낸 원종현 부사장을 비롯해 그룹 내 핵심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조직의 위상도 빠르게 높아졌다.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조직 관계도. 지난달 경경진단실은 삼성전자로 소속 이관.(출처=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출범 이후 그룹 내 주요 사업 연구와 인사 방향을 진단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삼성글로벌리서치가 그동안 거시경제와 산업동향 분석에 집중했다면 경영진단실은 각 계열사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인사·조직·전략을 진단하는 내부 컨설팅 기능을 강화했다는 얘기다. 올해 3월에는 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시작으로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 등 경영진단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내부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영진단실과 사업지원 TF가 그동안 역할에 대해 한계점이 있었던 것을 내부적으로 판단한 이후 새로운 조직(사업지원실)에 대해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미래전략실, 감사실 등 핵심 임원들이 모인 만큼 앞으로 각 사업부의 성과와 조직 운영 전반을 점검하면서 핵심 의사결정 라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단실과 사업지원TF의 역할 합친 사업지원실 '촉각'
 
일각에서는 그동안 임시 컨트롤 조직 역할을 해왔던 사업지원TF와 새로 소속을 옮긴 경영진단실이 합쳐진 사업지원실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10년에 걸친 사법리스크를 마무리한 이재용 회장이 ‘뉴 삼성’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복잡해진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 기능이 다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대신해온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재무 관리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과감한 투자나 신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명확한 역할과 권한을 갖춘 전략 컨트롤 조직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제기되며, 삼성 내부에서도 위기 인식이 반영돼 이번 조직 개편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 역시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 컨트롤 조직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 회장의 '뉴 삼성' 윤곽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내년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인사 결과에 따라 향후 그룹 전략의 방향성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 수요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결국 지난 2022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시작된 상승 국면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경우 반도체 시장은 4~5년의 장기 호황기에 진입할 수 있어 내년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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