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보현 기자]
크레버스(096240)가 2022년부터 300%대를 웃도는 부채비율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크레버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23% 수준에서 2022년 말 377.8%로 급등했다. 이는 같은 해 청담러닝(크레버스 이전 명칭)과 씨엠에스에듀가 합병했을 당시 양사 모두 부채 부담이 큰 상태였던 데 따른 것이다. 이후에도 개선은 더디다.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346.8%로 여전히 고위험 구간에 머물러 있다. 크레버스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금보다 3배 이상 많은 단기차입금 등 열악한 재무 여건이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버스 홈페이지 (사진=크레버스 홈페이지 갈무리)
실적 하락세에 현금창출력 둔화…'캐시카우' 부재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레버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49억원으로 지난해 반기(1181억원) 대비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전년 동기(92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매출의 99%를 차지하는 국내 학원사업 부문이다. 해당 부문의 매출은 전년 반기 1177억원에서 올해 114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59억원으로 41% 급감했다. 매출 감소폭보다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매출원가율 상승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96.1%로, 전년 동기(92.1%) 대비 4%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크레버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312억원, 2022년 257억원, 2023년 252억원, 2024년 103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줄었다. 크레버스의 EBITDA는 2023년 500억원, 2024년 355억원, 올해 상반기 178억원으로 감소했다.
EBITDA 축소는 부채 상환 능력 저하와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크레버스는 합병 이후 MS(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AI·메타버스 기반 플랫폼 구축, 오가닉 마케팅 등 사업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뚜렷한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신사업은 AI위주로 집중해서 계획을 잡고 있고, 이미 AI 기반 학습 평가 플랫폼 'HUMMINGo'(허밍고) 등이 론칭돼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는 내신 영어 쪽 브랜드인 디오픈 청담어학원을 론칭했다. 당초 크레버스가 ESL(회화 중심 영어) 중심의 영어 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내신 영어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건물 매각으로 현금 확보했지만…부채 해소는 '아직'
크레버스의 부채비율은 4년째 30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377.8%, 2023년 374.2%, 2024년 389.9%, 올해 상반기 346.8%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으면 재무위험이 높은 상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2022년 합병 당시 양사 부채가 이미 과중했던 점이 현재의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유동비율도 문제다. 2022년 55.44%, 2023년 46.71%, 2024년 32.44%, 올해 상반기 62.89%로 4년 연속 70%를 밑돌았다. 유동비율이 70% 이하라는 것은 단기 상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수준이다.
크레버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했다. 크레버스는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CMS S빌딩을 정준호씨에게 320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또 서초구 방배동 부동산도 주식회사 머니업클래스에 160억원에 양도했다. 두 건을 합친 총 매각 규모는 480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20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10억원으로 전년 동기(141억원) 대비 48.9% 증가했다. 다만 이는 선수금(계약부채) 증가 등 운전자본 변동에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실제 수익성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교육서비스업 특성상 고객이 선납한 수강료는 수업 제공 이전까지 부채로 처리되며 제공 기간에 따라 매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결국 크레버스의 부채 부담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상반기 단기차입금은 741억원으로, 건물 매각과 영업현금흐름 개선에도 상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크레버스는 지난 9월 가맹사업 20주년 행사에서 2027년부터 AI 튜터 사업과 국내외 미들마켓 공략 계획을 밝히며 신사업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그 실행을 위해선 선제적인 재무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I신사업은 현재 방향성만 잡아놓은 상태로 투자 금액, 손익분기점 등 세부적인 사항은 시장 및 내부 상황을 보며 조정을 하고 있는 단계라 현재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채비율과 관련해서는 지난 7월 320억원에 건물을 매각해 잔금을 받아 200억원 정도를 차입금으로 상환했다”며 “3분기 공시가 나오면 부채비율이 3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