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공개매수(TOB) 시장의 선도주자로 꼽히던
NH투자증권(005940)이 내부통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혐의로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다. 고위 임원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며 ‘공개매수 명가’로 불렸던 NH투자증권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최근 NH투자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금융감독원 (사진=IB토마토)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임원 A씨가 최근 2년간 NH투자증권 주관한 공개매수 종목 11개 종목 관련 정보를 가족과 지인 영업본부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주식을 미리 사고 공표 후 주가가 오르면 전량 파는 방식으로 2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개매수 가장 활발…오스템임플란트·고려아연 가능성
공개매수는 기업금융 자문부터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채권 업무 등과도 연계될 수 있고 여타 IB에 비해 사업 위험성 대비 높은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최근 2년간 NH투자증권은 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공개매수를 주관했다. <IB토마토>가 집계한 결과,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제출된 공개매수신고서 61건 중 32건을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2023년부터 개인투자자도 공매매수에 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서비스를 업계에서 최초로 도입했고 NH투자증권 특유의 패키지딜 방식 IB서비스가 공개매수 기업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거래 시스템이 NH투자증권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 기존 공개매수는 증권사에서 서류 작업을 통해 이뤄져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서비스 도입으로 공개매수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면서 일탈도 함께 발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서 선행매매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내역을 살펴보면 유력한 종목이 몇 가지로 추려진다. 선행매매를 통한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과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컸다는 점이 동시에 만족돼야 한다.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주관을 진행 종목 중 해당 조건에 맞는 종목은
오스템임플란트(048260)와
고려아연(010130)이다. 해당 종목들은 공개매수가 갑작스러웠고, 공시 직후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IMA 인가 난관…법적 처벌 '미지수'
NH투자증권은 이번 사건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037620)과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윤병운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나서 IMA인가에 자신감을 비쳤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조사로 연내 IMA 진출은 난관을 맞았다.
(사진=NH투자증권)
다만 이번 의혹이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행 자본시장법 178조2항에 따르면 주가변동에 영향을 줄 정보를 취득한 사람이 선행매매를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수많은 거래 중에서 증권사 가족이나 지인을 특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선행매매의 경우 사전에 인지한 정보를 투자에 활용했다는 정황 증거가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의혹을 받는 지인들의 핸드폰이나 거래수단을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의혹을 받는 지인들의 사전인지 여부도 사실로 밝혀질지 불투명하다.
실례로 하나증권 이진국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선행매매 혐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대표로 재직하던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공표 전 기업분석 보고서 관련 종목을 사전에 확인한 뒤 해당 주식을 매수, 공표 후 매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전 대표와 부인 명의를 통해 90여 회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재판에서 이 전 대표가 사전에 인지한 정보를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정황 증거가 부족해 무죄로 결론지어졌다.
금융권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아직은 의혹만 있고 구체적인 증거가 알려지지 않은 만큼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전 정보를 인지해 투자로 이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향후 혐의를 받는 사람의 메신저 기록이나 거래 기록에 따라 당국과 수사기관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