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MBK 공개 질타…담보권 막히고 이자도 끊겼다
말 아껴온 메리츠, MBK 사과문에 '발끈'
매각 가능성 '제로'…"추가 자구안 나와야"
공개 2025-10-02 16:53:54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6:5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홈플러스의 주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9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앞서 MBK파트너스가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두고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날선 어조로 비판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메리츠의 담보권 행사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이자 지급까지 중단된 상황을 두고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MBK & 홈플러스 회생관련 주요 쟁점'과 관련한 내용을 밝혔다. 이에 대해 메리츠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나간 보도자료는 아니다"라고 전했지만 업계에선 내부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언론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사진=메리츠증권)
 
담보권 행사 현실적으로 어려워…이자 지급도 중단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주요 채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말을 아껴왔다.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MBK의 자구안을 기다린다고만 언급했을 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정관리 이후 담보권 실행이 제한되는 것과 달리, 신탁된 담보재산은 이를 적용받지 않아 주 채권자인 메리츠의 담보권 행사에도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리츠가 언론 대응에 나선 것은 담보권 행사와 관련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리츠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신탁사를 통한 1순위 채권자 지위를 확보, 법정관리와 무관하게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으나 담보권 실행은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MBK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 하는 과정에서 메리츠로부터 3년 만기 이자율 8%에 약 1조2000억원을 빌렸다. 전체 홈플러스 매장 약 120곳 중 절반이 메리츠의 담보권 대상이며, 담보가치는 5조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담보부채권와 다르게 메리츠는 법정관리와 관계없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어 사실상 채권 회수에 장애가 없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 등 관련 업계에선 대출 회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담보권 실행 이후 까다로운 부동산 매각 절차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플러스 자산 매각으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1년6개월 안에 담보권을 실행하면 대출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이유로 담보권 실행은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MBK가 15개 점포의 폐점 결정을 철회를 결정한 것도 메리츠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MBK가 폐점을 통해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채권자인 메리츠가 담보권을 행사해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점을 예고했던 15개 점포 중 절반 가까이는 이미 MBK 측이 4년 전 분양가 책정까지 완료, 폐점 즉시 개발 추진 가능 물건으로 분류하며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MBK는 폐점을 철회했고, 메리츠는 현실적으로 담보권을 행사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담보권 행사를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에 따라 채권자에 대한 이자 지급이 중단된 점도 메리츠 입장에선 불만 요소다. 리파이낸싱 조건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메리츠로부터 빌린 원금에 대해 연 8%의 쿠폰금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스텝업 금리 구조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메리츠의 잠재 수익률(YTM)은 최대 연 14%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메리츠는 지난 5월까지 1년치 이자와 수수료 등을 포함해 약 1300억원을 받았지만, 회생절차가 본격화한 지난 5월부터 원금과 이자는 유예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 채권자인 메리츠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법정관리와 무관하게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지만, 현실적으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메리츠 입장에선 홈플러스 회생절차 결정에 따른 희생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매각도 '안갯속'…MBK 후속 조치 지켜봐야
 
관련 업계에선 향후 홈플러스 매각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11월 10일자로 재차 연장되는 등 MBK는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의향자를 찾기는 여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만약 원매자를 찾게 되더라도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구조조정 과정을 수반하는 만큼, 그 종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MBK의 추가적인 희생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홈플러스 정상화 비용에 최소 1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MBK 측에서 약속한 자금투입 규모는 5000억원이다. 향후 국정감사 기간이 이어지는 만큼 70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메리츠는 MBK의 보통주 2조5000억원에 대한 무상소각 계획에 대해 절차상 무상소각은 일반적인 상황이고, 최근 2000억원의 무상 증여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 원매자가 홈플러스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매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추가 자구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원매자를 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는 5조원에 달하고 하락하더라도 원금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급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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