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승소로 기세 선점…분쟁 이후 체제 주도 가능성 예고상반기 매출 1조3839억원·영업이익 1344억원 호실적 기록콜마비앤에이치 매출 3008억원·순이익 81억원…두 자릿수 역성장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국콜마(161890)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남매 갈등을 넘어 부자 갈등으로 비화하며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아들인 윤상현
콜마홀딩스(024720)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연이어 콜마홀딩스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장에서는 오히려 콜마홀딩스가 승세를 굳히며 분쟁 이후 체제를 주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콜마홀딩스)
법원 연속 인용…윤상현 부회장 측 판세 유리하게
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콜마그룹이 남매 사이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200130) 대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사법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사법부가 연이어 윤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승세가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콜마홀딩스는 지난 5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윤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이들은 오는 9월26일까지를 주주총회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허가한다는 대전지방법원의 결정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 마저도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3일에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위법행위 유지 등 가처분 신청’ 항소심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분쟁 발생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선 윤 회장은 딸 윤 사장을 지원하며 의견을 밝혔다. 이 재판은 앞서 윤 회장과 윤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막기 위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항고하면서 열린 것이다. 윤 회장은 윤 부회장이 2018년 합의 사항을 어겼다며 증여한 콜마홀딩스 지분 230만주(증자 후 460만주)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총 소송에서 연이어 콜마홀딩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서 상황은 윤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앞서 대전지법은 콜마홀딩스가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달 26일까지 주총을 소집해야 한다. 이어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도 인용되며 연달아 법원의 윤 부회장 측 손을 들어주고 있다.
윤 회장과 윤 사장이 결정에 불복하자 콜마홀딩스는 다시 대전지법에 콜마비앤에이치 외 1명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가처분 인용은 절차적 정당성을 윤 부회장 측에 인정해준 신호로 향후 분쟁의 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특별 항고를 제기한 상황이다. 결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주총 개최 여부와 의결권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분쟁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구조에서는 윤 부회장이 절대 우위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5.69%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달튼이 윤 부회장 우호 지분임을 고려하면 35%이상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윤 사장(배우자 이현수씨 포함) 측은 10.62%, 윤 회장은 5%대 수준이다.
한국콜마 두 자릿수 성장 vs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하락
콜마그룹은 한국콜마의 성장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콜마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8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다. 영업이익은 1334억원으로 28.07% 증가했고 순이익도 649억원으로 13.5% 확대됐다.
화장품 사업 부문의 성과가 주효했다. 상반기 매출은 754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 증가했고, 매출 비중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891억원으로 44% 껑충 뛰었다. 특히 해외 실적이 이목을 끌었다. 글로벌 매출은 1507억원으로 11.93%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다국적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며 여러 모로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3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2억원, 당기순이익은 81억원으로 각각 마이너스(-) 17.6%, 마이너스(-) 33.0% 떨어졌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영권 분쟁은 지분 뿐 아니라 명분이 중요한데 최근 한국콜마의 실적이 우상향하며 윤 부회장의 성과도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법원이 연이어 콜마홀딩스 측 손을 들어주면서 윤 부회장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