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증 실패 이후 연구개발비용 합계 감소세아토피치료제 '누겔' 국내·미국 임상 차질 없이 진행 중지속된 적자에 부분자본잠식까지…기술이전 성과 '절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샤페론(378800)의 연구개발(R&D) 비용 합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회사는 누적된 적자에 자본잠식까지 맞닥뜨리며 기술이전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인데, 지난해 연구개발비 조달 목적의 유상증자에서 당초 계획했던 자금의 절반 가량을 조달하는데 그쳐 R&D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사측은 그간 정부보조금으로 진행해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제외됐을 뿐, 집중하고 있는 아토피치료제의 연구개발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샤페론)
지난해 R&D 비용 전년비 19% 감소…올해 1분기도 감소세 지속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페론의 2024년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는 2022년 117억원에서 2023년 121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23억원이 투입됐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개발비용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R&D 동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샤페론은 연구개발비용 조달 목적의 유상증자에서 실패한 바 있어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237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을 시도했는데, 당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조달금액 가운데 210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아토피치료제 'NuGel(누겔)', 알츠하이머 치료제 'NuCerin(누세린)', 면역항암제로 개발중인 이중항체 나노맙 'Papilicimab(파필릭시맙)'의 전임상·임상 비용이라고 명시했으며, 2024년 하반기 27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분기별로 약 33억원씩 총 132억원, 26년 상반기 54억원 등 약 2년 치 자금 집행 계획을 짰다.
그러나 실제 유증 조달 금액이 127억원에 그쳤다. 전체 임상비용 자금은 108억원으로 줄었고,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기재된 분기별 투입 예정 금액은 2024년도를 제외하고 모두 반토막이 났다. 이에 현 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입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샤페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작년에 유증 조달 규모가 줄어서 국내외 누겔 임상 위주로 R&D 비용을 쓰고 있다. 다만, 재작년의 경우 누겔과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같이 진행했는데, 코로나 치료제는 정부보조금을 받은 부분이 있다"며 "보조금 내역을 빼면 실질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2023년 74억원, 2024년 9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비용 감소의 경우 분기마다 투입비용이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며 "작년에는 1분기에 조금 더 투입됐고, 2분기에 덜 들어갔다. 연간으로 봤을 때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잠식 해결 등 기술이전 성과 절실
샤페론은 신약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회사로 아직까지 생산 및 판매 중인 제품은 없는 상태다. 그간 국전약품,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브릿지바이오와의 계약은 지난해 해지됐고, 기술료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 이래 추가적인 기술이전은 발생하지 않았고, 매출을 상회하는 연구개발비로 영업적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지난해 유증을 통한 운영자금 자금조달이 이뤄졌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22억원, 단기금융상품 91억원 등 총 113억원 규모로, 예년 수준의 1년치 연구개발비용을 커버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회사의 설명대로 실질적으로 늘어난 연구개발비용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보조금은 2022년 39억원, 2023년 48억원에 달했지만, 2024년엔 3억원을 받는데 그쳤고, 전체 연구개발비용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판관비로 비용처리된 내역은 이전 70억원대에서 지난해 9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적자폭이 더 커져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15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누적된 적자로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25억원까지 줄어들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151억원)보다 적어지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돌입했다. 자본잠식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기술이전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단기간 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자금 조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샤페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보조금 같은 경우 연구과제를 따내고, 기존에 분할해서 적용됐던 부분이 있다. 연구과제는 많이 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라며 "자본잠식에 대해선 좀 고려를 해봐야한다. 당사는 라이선스 아웃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자본 확충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회사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아토피치료제 누겔은 현재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종료된 임상 2b상 파트1 연구에서 위약 대비 뛰어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파트2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이나 임상1상에 머물러 있는 다른 파이프라인보다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