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한화그룹 오스탈 지분 인수 계획 승인미국 등 해외 함정 시장 진출 가능성…호주 정부 승인만 남아높아지는 생산 효율성…뒤처진 건조 역량 상향 기회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000880)그룹이 미국 정부로부터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지분 인수 계획을 승인받았다. 미국 정부의 승인에 따라 한화그룹이 오스탈에 대한 지분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호주 정부의 지분 인수 계획 승인이다. 한화그룹은 생산성 상승 추세에 오른 계열사
한화오션(042660)을 내세워 오스탈 지분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화오션)
미 정부 승인에 M&A 물꼬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미국 정부로부터 HAA No.1 PTY LTD(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출자한 호주 투자 자회사)가 오스탈 지분을 19.9%까지 확대할 수 있는 승인을 획득했다. 오스탈의 국적은 호주지만 미국 해군에 선박을 건조해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호주 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이 자국과 관련된 방산업체 지분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그로 인한 안보 영향을 평가한 후 지분 취득 승인 허가를 내준다.
미국 정부는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을 취득한다 해도 자국 안보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당초 한화그룹의 신청보다 폭넓게 허가를 내줬다. 미국 정부는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을 10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향후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 확보에 미국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신청 범위 이상의 승인을 내린 배경에는 미국의 빈약한 조선 건조 능력이 있다. 미-중 군사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자국의 빈약한 조선산업으로 인해 중국 대비 함정 수가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동맹국의 함정 건조 역량을 빌려 해군력을 빠르게 보강하려 이러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미국 정부의 승인에 따라 해외 함정 시장에 진출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남은 단계는 호주 정부의 외국인투자심사다. 다만, 호주의 외국인투자심사는 국익에 기반해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미국의 심사결과와 같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 특히 방산 분야의 외국인투자심사는 국가안보 심사 대상으로 철저히 자국의 국익에 이익이 되는지를 면밀히 심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화그룹이 호주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지분 매입 승인을 받으려면 한화오션과 오스탈의 상호 간 사업 결합 시너지를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경영에 참여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 역시 승인의 조건이 된다. 오스탈 지분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만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스탈에게도 이익이 가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호주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면 한화그룹은 오스탈 지분율을 최소 19.9%로 높일 수 있다. 이는 오스탈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지분율이다.
9부 능선 넘은 해외 인수…허가 취득 방안은
한화그룹은 그룹 내 해양 방산 담당인 한화오션을 내세워 오스탈과의 시너지를 창출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대비 한국 조선산업의 높은 생산 효율성을 내세울 수 있다. 오스탈의 조선업 건조 역량은 한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기 때문에 한화그룹이 경영에 참가할 경우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미국은 빠른 함정 건조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한화그룹이 오스탈의 경영에 참가할 경우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스탈은 미국 내 조선업체 중 건조 역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빠르게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생산성은 2023년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후 회복추세를 보인다. 타사에 생산 효율성을 이식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생산성을 타사에 이식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연간 재고자산회전율은 별도기준 3.64회로 그룹 편입 전인 2023년(2.94회)보다 상승했다. 재고자산증가율은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높을수록 선박 인도 횟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한화오션의 매출은 3조167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2530억원)에서 크게 뛰었다. 반면, 재고자산은 3조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생산 효율성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화그룹의 오스탈 인수 건에 대해 한화오션이 관여하는 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한화 등 그룹 지주사가 굵직한 방산 딜을 성사시키면, 이후 한화오션이 그룹의 방산 전략 기조에 맞춰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그룹의 방산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향후 오스탈 지분 취득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스탈 인수는 단순히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조선 사업 확대 차원이라 볼 수 없으며 한화그룹 차원의 방산 확대 전략에 기반한 판단으로 평가된다.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오스탈 인수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한화그룹 전체의 방산 전략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