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여금 털고 현금 더 얹어…엔터프라이즈 부실 메우기
엔터프라이즈 유증에 2570억원 지분 투자 참여
대여금 2천억원 지분 상계 후 570억원 현금 지원 방식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자본총계 -1715억원 기록…자본잠식 심화
공개 2025-05-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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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카카오(035720)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유상증자에 참여해 2570억원을 지원한다. 이 중 2000억원은 기존 대여금으로 상계 처리하고, 나머지 570억원을 현금 지원하는 방식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23년 자본잠식에 빠진 이후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현금 곳간은 바닥난 상태다. 이에 카카오는 대여금 2000억원과 이자를 포기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유증 자금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클라우드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정비한 후 턴어라운드를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질 전망이다.
 
(사진=카카오)
 
257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증 참여지분율 87.49%로 상향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70억원을 출자하기로 최근 공시했다. 납입일은 오는 6월24일로 예정됐다. 출자 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율은 87.49%로 늘어날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로부터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2000억원을 빌린 바 있다. 이자율은 연 9.50%다. 차입기간은 1년으로 오는 2026년 1월1일 차입금액을 일시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재무 구조가 개선되지 않자 카카오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하고, 자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3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자본총계는 -884억원을 기록해 자본 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자본총계는 -1715억원으로 자본잠식은 심화됐다. 
 
현금 곳간도 줄어든 상태다. 유동비율은 2021년 88.90%에서 2022년 70.88%, 2023년 48.16%, 지난해 34.47%로 지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유동자산은 445억원으로 전년(2023년) 1050억원에서 반 토막 났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023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252억원으로 줄어든 것이 주요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측이) 2570억원에서 받아야 할 돈 2000억원과 이자 부분을 회수하는 것이고, 나머지 부분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운영자금으로 실제 현금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카카오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5816억원으로 지원 여력은 충분하다. 단, 유상증자로 지원한 2570억원은 보유 현금(5조5816억원)의 4.60%에 달해 적지 않은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502억원 규모 제14회차 전환사채(CB)도 최근 공시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각각 0.0%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를 대상으로 카카오 주식 133만7246주를 CB 형태로 발행하고, 그들이 보유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측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거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서 CB로 엔터프라이즈 지분을 인수했다”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주주들도 카카오의 전반적인 사업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싶다는 입장이 맞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카카오로 보유 지분을 전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잠식 해결하고 CSP 후발주자 다크호스 떠오를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 유증 자금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적자가 연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서비스형 GPU를 확대해 턴어라운드를 노릴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익성은 저조한 상태다. 영업손실은 2021년 901억원에서 2022년 1406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23년 1273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에 IT솔루션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지난해 매출(1348억원)은 전년(1808억원)보다 25.45% 감소했지만, 적자는 축소됐다. 2023년 말 구조조정을 단행한 덕분에 지난해 영업손실은 673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7.13% 감축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3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와 비교하면 후발주자에 해당하지만, 기술력 만큼은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가 발표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카카오클라우드가 낸 슈퍼컴퓨터 2종이 각각 41위와 87위에 올랐다. 국내 CSP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촉망받고 있는 서비스형 GPU(GPUaaS)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PUaaS는 기업이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GPU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클라우드를 통해 빌려 쓸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비스형GPU(GPUaaS) 분야에서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해 차세대 GPU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클라우드 및 GPUaaS 성능 고도화와 AI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수익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태로, 지속가능한 형태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구축함으로써 턴어라운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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