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통합 앞두고 영구채 리스크…진에어 부담 커지나
영구채 차환으로 이자율 낮췄지만…발행 규모 2배 1천억원
스텝업 조항도 있어 조기 미상환 시 실질 부담 커질 듯
고환율에 채무 상환 능력 저하…통합 LCC로 승계될 듯
공개 2025-05-2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에어부산(298690)이 영구채를 차환하면서 이자율을 크게 낮췄지만, 신규 영구채 발행 규모가 기존 영구채보다 2배 많아 유동성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진에어(272450)와 통합을 앞두고 영구채 조기 상환으로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재무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고환율에 조기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향후 에어부산을 통합하는 진에어가 영구채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에어부산)
 
영구채 차환 진행…이자율 낮지만, 규모는 2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14일 제6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영구전환사채(이하 영구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에어부산은 1000억원의 신규 영구채 조달 자금 중 500억원은 기존에 있던 2회 영구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새로 발행된 영구채는 2회 영구채와 동일하게 에어부산의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매입했다.
 
6회 영구채의 표면이자율은 5.53%로 정해졌다. 차환 대상이었던 2회 영구채 이자율이 지난 1분기 말 12.445%까지 치솟은 상태라 차환에 따른 이자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자율 하락 효과는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영구채 발행 규모가 2배로 증가했기 때문에 이자 지출액은 이전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에어부산이 영구채 이자 비용으로 채권자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한 이자는 16억원이다. 1분기 에어부산의 총 이자비용(143억원)의 11.2%가 영구채 이자비용으로 나갔는데, 이 비율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텝업 조항으로 인해 앞으로 이자 지출 규모는 2회 영구채보다 더 늘어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6회 영구채의 스텝업 조항을 살펴보면 발행일로부터 2년(2027년 5월14일)까지는 이자율 5.54%가 적용되고, 발행일로부터 2~3년(2028년 5월14일)은 8.54%에 조정금리를 더한 이자율로 영구채 조건이 변경된다. 그리고 2026년 5월14일부터 1년마다 이자율이 0.5%포인트씩 늘어난다.
 
이렇게 이자율 인상 조건을 넣는 이유는 영구채의 특성 때문이다. 영구채는 명목상 만기가 적게는 30년, 길게는 50년 이상이기 때문에 원금 회수 시기를 명확하게 잡기 어렵다. 그사이 사정 변경 등으로 인해 원금 회수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에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채권자에게 이자 수익을 늘려줘 원금 상환의 불확실성을 보상해 준다.
 
 
 
통합 진에어로 부채 승계 가능성
 
에어부산이 영구채 차환을 택하면서 향후 이 영구채는 통합 진에어로 승계될 가능성이 커졌다. 두 회사는 2026년 이내에 진에어를 존속 법인으로 하여 합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한항공 산하의 진에어가 존속법인으로 남아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통합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합병 시 소멸법인의 부채는 존속법인으로 이전된다.
 
통상 영구채는 스텝업 시기에 맞춰 상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낮은 이자율을 누리다가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시기에 영구채를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환율로 인해 LCC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점은 상환 가능성을 낮춘다. 달러 결제가 많은 항공산업의 특성상 고환율 기조는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이에 LCC 산업 전반이 수익성 감소를 겪는 중이다. 통합 이전 에어부산이 영구채를 조기에 완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친 것이다.
 
모회사로 FSC(대형 항공사)를 두고 있어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던 진에어와 에어부산 역시 수익성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진에어의 영업이익은 58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85억원)보다 40.8% 줄었고, 에어부산도 같은 시기 영업이익이 709억원에서 402억원으로 43% 감소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614억원, 227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환율 기조가 길어질수록 향후 영구채 부담도 더 커지는 것이다.
 
1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가 진에어로 승계된다면 진에어의 부담도 커진다. 진에어는 LCC 중 가장 빨리 코로나19 시절 긴급 조달했던 금융부채를 털어냈지만, 통합을 계기로 금융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진에어는 영구채 1370억원을 2023년 하반기에 모두 상환하고 2024년 상반기에는 교환사채 159억원도 상환했다. 올해 1분기 진에어가 지출한 이자는 대부분 항공기 등 리스 부채에서 발생한 이자뿐이다. 금융 부채 부담이 커진다면 통합 과정에서 부담이 된다.
 
에어부산 측은 향후 영구채 상환 계획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영구채 상환 계획은 정해진바 없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상환을 검토할 계획”이라 답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