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YTN효과)①사업 다각화 넘어 미디어 사업 확대 '방점'
유진이엔티, 이달 한전KDN·한국마사회와 주식매매계약 체결 완료
미디어사업 '시너지'로 건자재·금융 쏠린 매출 안정화 도모 전망
과거 케이블TV 사업 매각 전례 있어 인수 후 향배도 '관심'
공개 2023-11-16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재계 순위 78위의 유진그룹. 한세실업,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를 제치고 종합보도채널인 YTN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직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등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많지만, 건자재와 금융업을 주로 영위하는 유진그룹의 YTN 인수는 시장의 놀라운 반응을 자아냈다. <IB토마토>는 YTN을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진그룹의 효익과 인수 여력 등을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유진그룹이 현재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종합보도채널 YTN을 통해 미디어 사업 확장에 나선다. 현재 건자재와 금융에 쏠려 있는 그룹의 수익 구조가 YTN 인수 이후 다변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유진기업 사옥.(사진=유진기업)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유진이엔티는 지난 10일 YTN(040300)의 최대주주인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30.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날 인수대금(3199억원)의 10%인 약 320억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했다.
 
앞서 유진그룹은 지난달 23일 YTN 지분 매각 입찰에서 3199억원을 써내 경쟁 후보인 한세예스24홀딩스(2340억원)와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1263억원)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낙찰자로 선정된 바 있다.
 
YTN을 인수 예정인 유진이엔티는 유진기업(023410)이 51%, 동양(001520)이 49%를 각각 출자한 SPC다.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와 SPA를 체결하면서 유진그룹은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
 
건자재·금융에 쏠린 포트폴리오…‘사업 다각화’ 여부 관심
 
현재 유진그룹은 △건자재 △금융 △물류·IT △레저·엔터 등 4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지분 11.54%를 보유한 유진기업과 유 회장 동생인 유창수 부회장이 6.85%를 보유한 유진투자증권(001200)이 그룹의 두 뿌리다.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이 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유진기업의 매출은 7519억원, 유진투자증권의 매출은 8392억원이다. 물류·IT, 레저·엔터 등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유진기업의 별도 기준 매출은 4910억원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의 65.3%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높은 레미콘 점유율을 보유한 유진기업은 2017년 인수한 동양과의 시너지로 현재 국내 레미콘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다만, 최근 건설경기 부진과 원가 상승 영향으로 2020년 45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554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547억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현재 유진그룹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과 주요 사업인 건자재업의 업황을 고려할 때, YTN 인수는 ‘미디어 사업 확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건자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과 미디어사업부문 중심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진기업은 계열사인 유진M(유진엠)과 유진M플러스(유진엠플러스)를 통해 음악방송을 하는 케이블 채널 등 PP(Program provider) 사업과 분양광고,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 공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 기준 유진엠의 매출은 63억원, 유진엠플러스는 9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별도 기준 722억원, 올 상반기 590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린 YTN이 유진그룹에 편입된다면 기존 레저·엔터사업부문을 넘어 ‘미디어’ 사업부문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유진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방통위의 변경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사업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아직 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라며 “현재 영위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과 연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도 “이번 인수로 인해 신규사업으로 ‘방송사업’이 추가되면서 유진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일부 다변화될 것으로 본다”라며 “이로 인해 주력 사업인 레미콘 사업에서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등을 기반으로 그룹의 재무안정성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사업 매각’ 전례 있는 유진그룹…YTN 향배 관심
 
유진그룹은 지난 1997년 부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하며 경기 부천과 김포시, 서울 은평구 등지에서 약 4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 사업과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케이블TV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3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싱가포르 투자청과 미국 AIG그룹으로부터 3000만 달러(한화 약 40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2006년 드림씨티방송을 CJ(001040)홈쇼핑에 매각하며 약 10년간 추진해 온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당시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며 자금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YTN 경영진과 노조 등 구성원들은 유진그룹의 인수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유진그룹은 YTN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이후 “대한민국 대표 뉴스전문채널인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YTN 인수로 17년 만에 미디어사업에 재진출하려는 유진그룹의 현 상황은 당시와 사뭇 다르다. 올해부터 3세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유진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승계와 함께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이뤄진 유진이엔티의 SPA 당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 유석훈 유진기업 사장이 직접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유진기업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유진그룹 3세가 외부 활동을 통해 경영 전면에 본격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석훈 사장은 이번 YTN 인수전 역시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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