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자회사 대표에 책임 전가?…자본잠식인데 수십억 대여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 회사에 70억원 대여…지분은 100% 크래프톤 보유
결손금 377억원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크래프톤도 90억원 유증 참여 결정
하반기 신작 '디펜스 더비' 출시 예정…흥행 실패시 대여금 반환 어려울수도
공개 2023-05-16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2일 17: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크래프톤(259960) 종속회사 라이징윙스(게임 개발사)의 김정훈 대표가 지난해 회사에 개인 돈 수십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징윙스 지분 100%를 크래프톤이 보유하고 있고, 라이징윙스가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종속회사 대표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본잠식 상황에서 올해 출시 예정작이 실패할 경우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 본사 사옥. (사진=크래프톤)
 
라이징윙스, 장부가액 0원에 완전 자본잠식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는 회사에 개인 돈 70억원을 단기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율은 4.6%로 지난해 대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크래프톤도 같은 이자율로 라이징윙스에 213억원을 대여해 준 상태다. 특히 크래프톤 자회사 중 자회사 대표가 회사에 개인 돈을 대여한 경우는 라이징윙스 하나다.
 
라이징윙스는 현재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장부가액이 0원(취득원가 15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크래프톤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중 장부가액 0원을 기록한 곳은 라이징윙스와 블루홀스튜디오 등 8곳에 달한다. 그 중 유일하게 라이징윙스 대표가 회사에 개인 돈 70억원을 대여한 상태다. 라이징윙스는 현재 크래프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속회사다.
 
특히 라이징윙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405억원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누적 결손금이 377억원에 달한다. 이에 크래프톤은 올해 2월15일 90억원을 투입해 라이징윙스의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고, 2월17일 출자금이 납입된 상태다. 다만, 유상증자 규모보다 결손금 규모가 많아 여전히 완전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김 대표가 개인 돈 70억원을 대여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특히 모회사가 유상증자까지 참여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해 대여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이징윙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8억원 규모다. 여차하면 유상증자 금액을 고스란히 김 대표의 대여금을 갚는데 써야할 처지다.
 
이은종 법무법인 진선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 “보통 기업 총수가 책임 경영을 위해 개인 돈을 대여하거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는 많지만, 지분이 하나도 없는 대표가 개인 돈 수십 억원을 회사에 대여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자본잠식 상태라면 대여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종속회사 대표에 실적 하락 책임 전가 평가도
 
특히 현재 라이징윙스는 신작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전 게임처럼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경우 김 대표의 대여금을 갚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징윙스는 올해 모바일 실시간 전략 디펜스 게임 ‘디펜스 더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얼리 엑세스(앞서 해보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유저들로부터 큰 눈길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라이징윙스를 처음 창업한 창업주라는 점에서 회사의 실적 부진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사업 총괄본부장을 역임한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신봉건 프로듀서와 함께 피닉스 게임즈(라이징윙스 전신)을 설립하고, 2015년 당시 테라 개발사인 블루홀(크래프톤 전신)에 회사를 150억원에 매각했다.
 
특히 라이징윙스가 크래프톤에 매각된 이후 2016년 ‘아처리킹’ 글로벌 출시 및 1주간 700만 다운로드 기록, ‘미니골프킹’ 출시 후 2018년 연간 매출 160억원 돌파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처음 공시를 시작한 2019년 이미 결손금이 80억원을 기록했고, 3년 만인 지난해 377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종속회사 대표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가 회사를 크래프톤에 매각한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차입금은 라이징윙스 운영을 위한 비용 차입금이고, 올해 연말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김정훈 대표의 책임 경영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차입금 만기 연장 등은 결정된 것이 없고, 결정될 경우 공시를 통해서 미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책임 경영 의지라고 해석하기에는 차입기간이 너무 짧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가 대여한 대여금은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에 걸쳐 매월 10억원씩 만기가 도래한다. 신작 발표 이후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단기차입금 연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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