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화학사 생존전략)③롯데케미칼, 실적 개선 '절실'…동박 효과 나올까
지난해 어닝쇼크에 올해 반등 필요…늦어진 신사업 진출이 원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2분기 편입…당장 실적 개선 효과 불투명
신사업 추진에 재무부담 가속화…수소 사업은 시장 선점 움직임
공개 2023-05-31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0일 14:4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2022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 수출 의존도가 컸던 NCC 및 범용제품 위주로 사업을 펼친 회사들은 공급과잉과 수요 회복 부진 여파로 여전히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NCC 업체들의 평균 마진 저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업전략 전환이 강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IB토마토>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주요 NCC 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국내 대형 화학사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해 7626억원의 영업적자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LG화학(051910), 한화솔루션(009830)이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석유화학 부진을 방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쟁사에 비해 뒤늦은 신사업 진출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의 연결 편입 효과가 곧장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 여파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투입된 투자비용 증가로 재무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연결 편입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여전히 범용 화학제품의 공급과잉 영향이 강해 개선 폭이 적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발 늦은 신사업…재무 안정성 '경고등'
 
롯데케미칼은 경쟁사들과는 다르게 석유화학 본업에 집중하는 대신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LC타이탄 법인이 동남아에서 에틸렌, 프로필렌과 파생제품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을, LC USA는 미국에서 나프타보다 저렴한 천연가스(에탄)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LC타이탄, LC USA는 각각 중국발 범용제품 공급과잉, 미국 지역 한파, 전쟁으로 인한 에탄 가격 폭등에 부딪히며 어닝쇼크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1분기 국내법인 기초소재 사업이 중국 수요회복 기대감을 타고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LC타이탄, LC USA는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투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이 2조5867억원으로 전년대비 235.6% 폭증하면서 대부분 잉여현금흐름(FCF) 유출로 이어졌는데, 차입금은 2조6250억원 증가하면서 총차입금은 6조3247억원으로 전년대비 1.7배 증가했다.
 
실적 악화와 투자 급증 여파로 현금성자산이 줄어들면서 순차입금은 2021년 -8165억원에서 지난해 2조6045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이나 순차입금의존도 지표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1년 사이에 재무구조에 큰 충격이 가해진 셈이다. 이에 국내 3개 신평사들은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AA+/긍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현재 투자하는 사업들이 미래 먹거리와 연관된 만큼, 투자는 멈출 수 없고 비용도 조달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GS화학과 관련된 투자도 약 9500억원이 있고 수소 등 친환경 투자도 예정되어 있다. 올해 1분기 유상증자로 1조2214억원을 조달했지만, 차입으로 1조7521억원을 조달해 이자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순이자비용으로 28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분기 실적 부진…편입 후에도 당장은 불투명해
 
문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1억원으로 컨센서스인 164억원을 크게 하회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 고객사의 재고 조정, 국내 고객사의 보수적인 발주, 국내 전기료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3.7%로 지난해 4분기보다 5.1%포인트 하락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은 2분기부터 롯데케미칼의 실적에 반영되지만, 당장 효과를 발휘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편입 효과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탓이다.
 
장정훈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고객사의 재고 부담이 1분기를 거치면서 덜어지고 있고, 성수기로 가면서 정상 수준의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구리 가격 하락과 전기료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의 기대치는 이전보다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분기에도 본사 적자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4~5월 동박-구리 스프레드 개선이 미미하고 전력비 인상은 진행형"이라며 이유를 꼽았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 법인은 삼성SDI(006400)를 비롯한 장기 공급계약으로 가동률이 빠르게 올라가겠지만, 범용제품군에서는 중국 신증설로 경쟁이 치열해 기대보다 수익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0억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규모와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은 큰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수소 사업 로드맵 (사진=롯데케미칼)
 
중장기 수소 사업 '큰 그림'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8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연결 편입 효과를 비롯해 유가 및 나프타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국내 기초소재 및 올레핀 제품의 흑자가 이어지고, 미국 법인의 경우도 저렴한 가격의 에탄을 원료로 투입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동박 외에도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적인 수소 사업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배터리에서는 경쟁사보다 다소 늦었으나, 수소 사업은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소 산업은 발전 수요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를 통해 운송 및 유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암모니아 유통은 롯데정밀화학이 보유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사업을 늦게 추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추진했고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라며 "배터리소재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수소에너지사업의 국내외 협력네트워크 확대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화를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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