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가 다가온다)②HL디앤아이한라, 우발채무 대비 비어버린 '곳간'
위험성 높은 PF 보유 현금 웃돌아…위험성 낮은 PF도 1조원 넘어
차입금 규모도 꾸준히 상승…부채비율 등 재무상태 악화 지속
공개 2023-04-28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11: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업계를 강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탄'이 터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한 신용평가사는 국내 주요 건설사 11곳의 우발채무 총 규모가 95조원에 달하는 반면, 이들의 보유 현금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IB토마토>는 '부동산 PF'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HL D&I(014790)한라(HL디앤아이한라)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대비 보유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책임준공 관련 부동산 PF 우발채무도 1조원이 넘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1조원대 PF 우발채무 중 '요주의 우발채무' 1907억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L디앤아이한라의 부동산 PF 관련 연대보증, 자금보충, 책임준공(조건부 채무인수) 규모는 총 1조3740억원이다. 책임준공 관련 1조1833억원,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금액이 각각 237억원과 1670억원 등이다.
 
이 중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PF는 유사시 건설사의 재무부담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우발채무로 구분된다. 실제 연대보증을 맺은 전주 감나무골 재개발(29억원)과 대구 평리4구역 재개발(50억원) 등은 아직 착공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예정된 공기 내 준공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책임준공은 일반적으로 우발채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분양실적 등에 따라 공사대금 수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공기 내 준공이 완료될 경우 해당 건설사는 차입금 상환 주체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금 규모 2년 연속 감소로 '유동성 우려'
 
위험도가 높은 PF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HL디앤아이한라의 '현금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HL디앤아이한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26억원으로, 전년 말(792억원) 대비 20.9% 감소했다. 난 2020년 말 기준 919억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이며, 2017년(417억원) 이후 최저치다.
 
이러한 가운데 차입금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962억원으로 전년 말 401억원에서 대폭 증가했으며, 장기차입금 또한 같은 기간 1174억원에서 2875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재무상태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2018년 575.2%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021년 265.3%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 말 다시 290.3%로 올랐다. 유동비율은 100% 밑을 맴돌다 지난 2021년 121.4%까지 올랐지만, 1년 새 112.8%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위험지역에 보유한 브릿지론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HL디앤아이한라는 대구, 인천, 대전, 울산 등을 포함해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있으며, 해당 현장에 브릿지론을 보유하고 있다.
 
저조한 분양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못할 리스크가 존재해 브릿지론에 신용공여를 제공한 건설사의 우발채무 위험도는 높은 것으로 본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 청약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향후 미분양 발생 가능성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실패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실제로 HL디앤아이한라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규모도 1년 사이 많이 늘어나는 등 최근 분양 관련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말 3억4359만원 수준이었던 완성주택(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7억2744만원 규모까지 5배가량 불어났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HL디앤아이한라의 예정 사업장 가운데 수도권 외곽 및 지방권 프로젝트들이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기변동에 따른 분양 및 입주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또한 진행 중인 주택사업 중 분양실적이 저조한 일부 현장은 향후 미분양에 따른 사업위험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모든 임직원이 강도 높은 비상 경영 활동을 진행 중이며 현금흐름을 최우선으로 놓고 수익성 강화를 위해 혁신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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