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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히타치 가전 인수 포기…'일본 재도전' 또 멈췄다
사업부와 경영진 입장 차…히타치, 일본 SI와 협상 이어가
프리미엄 시장 가능성 '확인'…M&A 전략으로 선회할 수도
공개 2025-10-3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30일 19: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LG전자(066570)가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백색가전 자회사 히타치 글로벌 라이프 솔루션즈(히타치 GLS) 인수전에서 결국 손을 뗐다. 일본시장 재진출을 모색하던 LG전자가 막판까지 내부 검토를 이어왔으나, 매각 조건과 향후 수익성 부담 등을 이유로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히타치 GLS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당초 LG전자는 삼성전자(005930), 터키 아르첼릭, 중국계 가전업체 등과 함께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기존 고용 유지’, ‘5년간 히타치 브랜드 사용’ 등 매도자 측이 제시한 조건이 예상보다 까다로웠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LG전자)
  
'카브아웃' 논의 과정서 결렬
 
LG전자는 이번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최근까지 히타치 '카브아웃(Carve-out)' 인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인수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비롯해 실사와 관련한 매도차 측과의 이견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브아웃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이나 100% 자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거래다. 
 
히타치GLS는 2024 회계연도 기준 매출 3676억엔(약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92억엔(약 3400억원)을 기록한 알짜 가전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히타치가 요구한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은 LG전자가 내부 수익성 검증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 측에서 제시한 실사기간 연장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 추석을 전후해 매각 주관사 선정 등 일정이 빠듯했고, 카브아웃 거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어컨 부문은 제외하는 등의 협상을 이어가려 했지만 끝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LG전자 측은 경영진과 관련 사업부 간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업부 내에선 LG전자가 그동안 히타치와 과거부터 제휴 및 합작 관계를 맺었던 전력이 있어 인수에 긍정적이었던 반면, 경영진은 매도자 측이 내건 조건과 몸값 등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협상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G전자가 해외 M&A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카브아웃 인수를 검토했지만 지난주 최종 부결됐다”라며 “히타치 측에선 현재 일본 전략적투자자(SI) 업체와 인수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시장 재진출 노리는 LG전자…프리미엄 제품 확대 움직임
 
LG전자가 이번 히타치GLS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최근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약진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LG전자는 꾸준히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현지 브랜드 충성도와 유통 장벽 탓에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LG전자는 그동안 낮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일본 가전 시장에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은 판매 품목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LG전자는 일본 70형 이상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8%로 1위에 오르는 등 프리미엄 제품들이 각광받는 추세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업계에선 LG전자가 일본에서 세탁기 재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LG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리미엄 세탁기 모델을 일본 시장에서 판매했는데, 약 50만엔(한화 약 466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의류관리기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으로 영역을 넓히며 수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그린'을 통해 실속형 의류관리기기 'LG 스타일러 S3WW'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스팀 기술 중 하나인 '트루스팀'을 적용해 의류 냄새·세균·진드기 등을 99% 이상 제거한다는 마케팅을 통해 일본 소비자의 위생·청결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관련 업계에선 LG전자의 히타치 GLS 인수전 이탈로 향후 냉난방공조(HVAC)·스마트홈·AI가전 등 고부가 신사업 중심의 M&A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6월 노르웨이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인 오소(OSO) 인수를 발표하며 에너지 절감형 HVAC 분야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본 가전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고, 히타치 측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조건 속에서 인수를 강행할 시 리스크를 짊어진 수익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이엔드 제품군 강화와 볼륨존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솔루션 기업 전환을 위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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