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부산·경남 '원 뱅크' 통합론 재부상…이번엔 가능할까
빈대인 체제서 전산통합 가능성 커져
지방은행 한계 넘어 시중은행 전환 이룰까
공개 2023-04-12 11:21:59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1: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BNK금융그룹(BNK금융지주(138930))이 빈대인 회장 체제에 돌입하면서 해묵은 과제인 '1은행(원 뱅크)' 통합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례적으로 금융지주 내 2은행(투 뱅크)’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간 지역 상징성 등으로 인한 입장차가 커 통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과점 체제 타파를 위해 지방은행 전산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고, 전국구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맞물리면서 다시 한번 통합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BNK부산은행이 72조8097억원, BNK경남은행은 48조7226억원 규모의 총자산을 각각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두 곳이 통합하면 DGB금융지주(139130) 계열사인 대구은행(67조535억원)과 JB금융지주(175330) 계열사인 광주은행(28조5638억원), 전북은행(21조9277억원)을 합친 것보다 큰 12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은행이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BNK금융타워 (사진=장용준 기자)
 
이렇듯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은 지난 2014년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한 BNK금융이 경남은행을 인수했을 때부터 숙원 과제였다.
 
문제는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은행 관리하에 있던 경남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경남은행 노조와 지역사회의 통합 반대 정서가 뿌리 깊었다는 점이다.
 
경남은행 본점이 있는 창원의 한 금융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경남 지역민들에게는 자존심과도 같은 곳"이라며 "IMF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한 경남은행 살리기를 위해 임직원은 물론 지역 상공회의소까지 나서 '도민 주식 갖기 운동'를 벌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1968년 설립된 경남은행은 IMF 이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미달로 2000년 12월독자생존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경남도민이 중심이 돼 경남은행 인수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결국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가 새주인이 됐으나 당시 경남도민들과 경남은행 노조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해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라고 약속하고서야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배경 속에 지난 2020년 11월에는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합병 관련한 방향을 임기 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경남은행 노조와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졌고, BNK금융이 "지역사회와 경남은행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 통합은 지주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는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나서야 사태는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아직도 지주 내에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다만 BNK금융 측은 지금의 투 뱅크 체제를 원 뱅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산 비용은 물론 임직원 수까지 감안했을 때 최소 1.5배에서 2배를 더 지출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된 영향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부산은행의 임직원 수는 총 3032명, 경남은행이 2276명으로 두곳의 임직원 수는 DGB금융지주의 대구은행 임직원 수 3154명을 1.7배가량 넘어섰다. 같은기간 부문별 손익(판매비와 관리비)에서 인건비(급여+퇴직급여+해고 및 명예퇴직급여)만 떼놓고 봐도 부산은행이 3657억원, 경남은행이 2396억원으로 합하면 6053억원에 달했다. 이는 대구은행(3978억원)의 1.5배에 가까운 규모다.
 
 
2022년 말 기준 지점의 개수는 부산은행이 150곳으로 이 가운데 부산광역시에 113곳, 경상도에 16곳이 집중돼 있었고 서울에는 7곳이 자리 잡았다. 경남은행은 총 126곳이었는데 울산광역시에 25곳, 경상도에 83곳, 서울에 4곳의 지점을 뒀다. 대구은행은 대구광역시 86곳, 경상도 40곳을 포함 총 141곳에 지점을 뒀다.
 
지점과 출장소의 숫자는 고스란히 임차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임차료는 경남은행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62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행은 39억6000만원 순으로 지출했다. 비교군으로 꼽히는 대구은행은 56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통계는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경남과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으로서의 특성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금융환경 속에서 지방은행들은 전국구 시중은행으로의 발돋움과 비대면거래 증가에 따른 전산망 및 지점 통합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금융 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 타파를 위한 지방은행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BNK금융 은행 통합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금융 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서로 다른 은행이 전산을 통합하거나 같은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게 돼 있는 현행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2개 이상의 지방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지방은행지주에 대한 정보기술(IT) 시스템 공동사용,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그 대상에 해당된다.
 
금융 당국은 지방은행이 지역경제 침체 및 지역민 충성도 하락 등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대출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디지털 경쟁력 보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BNK금융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산 통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빈 회장도 취임 후 "지주사 내부와 지역 여론을 주시하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라고 언급하면서 두 은행의 통합에 대한 달라진 온도를 체감케 했다.
 
빈 회장이 차기 경남은행장으로 경남권 대학이 아닌 부산대 출신 예경탁 부행장보를 발탁하는 이례적 인사를 한 것도 통합에 대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부산은행은 부산권 대학 출신 인물, 경남은행은 경남권 대학 출신 인물이 행장을 맡아 왔던 오랜 관행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NK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양 은행의 전산통합을 바라왔으나 그간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며 "비용 절감까지 가능해 전산통합이 실현된다면 환영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전산통합 추진이 양 은행의 합병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