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국투자증권,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지위 사수 '안간힘'
2015년부터 고용보험기금 운용 전담…2019년 재선정 이어 세번째 도전
최소 6개 증권사 입찰 참여 의지…치열한 경쟁 예고
2018년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지위 넘겨줘…고용보험기금 수성 전력
공개 2023-02-13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16: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선정 경쟁이 임박하며 한국투자증권이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지위 사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4년 주택도시기금, 2015년 고용보험기금 운용사로 연이어 선정되면서 OCIO 시장을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2018년 NH투자증권에게 주택도시기금 운용사 자리를 넘겨줬고 2022년 탈환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자 지위마저 빼앗긴다면 대형 공적기금 운용사 타이틀을 잃게 되고 대외적 위상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켜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산재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선정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간운용사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사전에 참가신청을 받았는데 7개 증권사가 참가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설명회에 참석했고 1개 증권사는 불참했다. 참석한 6개 증권사 모두 입찰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제도를 도입한 때부터 지금까지 1·2기 주간운용사로 모두 선정됐다. 오랜 기간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면서 실적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이번 주간운용사 재선정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면 무려 12년간 고용보험기금을 전담 운용한다는 의미 있는 트랙레코드를 쌓게 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에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현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과 접전 끝에 1기 주간운용사로 선정됐고 2019년에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을 제치고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됐다. 증권사들이 OCIO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자리를 주시하고 있어 이번 주간운용사 선정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대형 공적기금은 공적연기금투자풀(38조), 주택도시기금(41조원), 산재보험기금(21조원), 고용보험기금(6조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에게 운용을 맡기는 기금은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OCIO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증권사로 꼽혀왔다. 2014년에 주택도시기금 1기 주간운용사로, 2015년에는 고용보험기금 1기 주간운용사로 연이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8년 NH투자증권에게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지위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22년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면서 탈환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주택도시기금 규모가 고용보험기금보다 컸던 만큼 한국투자증권 명성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자리를 넘겨준 데 이어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지위까지 놓치게 되면 대형 공적기금 주간운용사 타이틀을 잃게 된다. 공적기금 주간운용사 자리는 대외적 위상과 신뢰도를 높이고 민간 OCIO시장 경쟁에도 보탬이 되는 만큼 주간운용사 지위를 지켜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던 데다 크고 작은 논란까지 있었던 만큼 이번 주간운용사 선정 경쟁도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입찰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총점 85.1531점(기술점수 85.0883점, 가격점수 0.0698점)을 얻어 NH투자증권의 총점 84.7833점(기술점수 87.7000점, 가격점수 2.0833점)을 간신히 앞섰다.
 
이 과정에서 가격점수가 논란이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간보수율로 입찰 참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4.3bp(0.01%포인트)를, NH투자증권은 가장 낮은 2.7bp를 제시했다. 하지만 10점 만점인 가격점수 최고점이 2점대에 그치면서 가격점수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 두 곳이 제안서에 제시했던 보수율(각각 연 4.3bp, 3bp)을 전자입찰 과정에서 0.043bp와 0.03bp로 잘못 입력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점수는 상대평가로 이뤄졌는데 최저입찰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가격점수 배점도 낮게 주어진 것이다. 만약 가격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NH투자증권이 기술점수 열세를 뒤집고 주간운용사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 2019년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될 때는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었고 징계안을 사전 통보받았는데 후보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3월 종합평점 97.375점으로 KB증권(94.4점)을 제치고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됐고 그해 6월에서야 금융당국 제재가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고용노동부는 주간운용사가 선정 심사 시 최종 결정된 제재내용만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의 제재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운용 과정에서 손실 논란도 일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용보험기금 운용 과정에서 2018년 고위험 상품인 10년물 독일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약 584억원을 투자했는데 1년 만에 약 476억원의 손실을 냈다. 원금 손실률은 81%에 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손실을 알고도 노동부에 뒤늦게 보고했고 노동부의 대처도 미흡해 실제 손실액이 164억원가량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한국투자증권에 주의 촉구 제재를 통보했지만 고의·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하고 손해배상소송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논란에 휩싸이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조달청을 통해 고용보험기금 및 산재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선정 공고를 내고 입찰을 받을 예정이다. 입찰제안서를 받은 뒤 1차 정량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증권사 및 운용사를 대상으로 2차 정성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고용보험기금 운용에 최적화된 전문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두고 기금을 운용해왔으며 이번 주간운용사 재선정 과정에서 기금 특성에 맞는 운용전문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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