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기조 깬 비상교육…수익성 부진 탈출로 찾을까
단기간 투자에 차입 부담 커져
경쟁력 제고 통한 수익 개선 필요
공개 2022-12-28 08: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18: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백희 기자] 수년째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던 비상교육(100220)의 재무 지표에 균열이 생겼다. 올해 현금성자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전체 차입금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에듀테크 시장에 늦게 합류한 비상교육이 압축적인 성장을 위해 단행한 투자가 단기간에 차입 부담을 안긴 탓으로 풀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교재 수요가 급감하며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비상교육은 에듀테크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비상교육의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매매목적파생상품을 제외한 단기투자자산 등 포함)은 82억원으로 전년 말(252억원) 대비 67.5% 감소했다. 자산총계로 보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유동성이 가장 높은 현금성자산이 단기간에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가 됐다.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유출과 유입 전환이 있었지만, 해당 시기 유출액이 세 자릿수였던 적은 없었다. 올해 3분기 비상교육 잉여현금흐름 유출액은 254억원이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39억원)되고, 89억원의 재무활동 현금흐름 발생에 따른 결과다.
 
 
곳간이 비면서 차입 부담은 가중됐다. 올해 9월 말 비상교육의 총 차입금은 전년 말(138억원)과 비교해 85.5% 늘어난 256억원이 됐다. 특히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194억원)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4.2%p 오른 9.3%였다. 사실상 차입 부담이 없는 구조였던 비상교육의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 커진 차입 부담은 수년째 저조한 수익성이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비상교육의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642억원으로 전년 동기(1394억원) 대비 17.8% 증가했지만 여전히 영업적자였다. 같은 기간 60.6% 늘어난 영업손실 53억원에 당기순손실은 58억원이었다. 2021년의 경우 3분기까지 영업손실 상태였다가 연간 기준 가까스로 영업이익(77억원)을 끌어냈다. 사업 특성상 4분기에 많은 실적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마지막 한 분기를 남긴 시점에서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상교육에 따르면 ‘온리원’, 엘리프 어학원 등 신사업 개발과 마케팅 비용 집행이 현금흐름 유출이나 수익성 난조에 영향을 미쳤다. 출판사업 매출이 1분기와 4분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올해 연간 수익 개선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비상교육이 출시한 스마트 학습 시스템 '온리원'.(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은 지난 11월 스마트 학습 시스템 온리원을 출시하며 에듀테크(교육과 기술의 결합)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와이즈캠프’나 ‘수박씨닷컴’ 등 기존 온라인 교육서비스는 온리원에 편입됐다. 기존 교육 시스템들을 일원화해 통합적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수년째 큰 모험 없이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이던 비상교육이 최근 차입 부담 등을 감수하고 적극적인 신사업을 추진한 셈이 됐다. 대면활동에 제동을 건 코로나19를 계기로 교육기업 전반에 에듀테크 흐름이 빠르게 번졌다. 미리 ‘무장’한 기업은 코로나시국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여파가 강할 것이라는 업계 평가도 존재한다.
 
현 교육업계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2021년 7조원대 매출을 낸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4년 뒤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 선점은 디지털 데이터 축적에서 나온다는 시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듀테크 핵심은 개별화에 있다. 비대면 학습 기조로 전환된 만큼 학습자 개인 역량에 맞추는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학습지 내용을 단순히 전자기기에 이식하는 수준이 아닌,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축적이 핵심인 만큼 시작이 빠를수록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I기술을 접목한 온리원은 집에서도 스마트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완전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차별화된 콘텐츠, 플랫폼 혁신을 통해 에듀테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황백희 기자 h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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