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 증명한 쿠팡…흑자기조 안착할 수 있을까
수년 이어진 출혈… 끌어올린 영업이익률 2%
늘어난 투자비… 시장점유율 넓히는 쿠팡
공개 2022-12-06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백희 기자] 밑지는 장사를 지속해온 쿠팡이 8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며 향후 발걸음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호실적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시장 점유율 확대 추이와 마진 개선 추이를 고려했을 때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상 비약적인 점유율 확보가 어려운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6조8383억원(분기 평균환율 1340.5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서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첫 '플러스'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2%로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황 속에서 얻은 값진 성과다.
 
특히 이번 실적은 그동안 비난을 받던 과감한 투자가 성과로 확인된 셈이다. 그동안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강조했다. 투자비용 지출로 당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매출과 점유율 성장에 집중하면 수익성도 따라온다는 취지다. 쿠팡은 지난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하면 50% 늘었다.
 
같은 기간 쿠팡은 판매관리비(영업관리비)로 13조원을 쏟았다. 2022년 3분기 판관비는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조5502억원이었다. 매출원가 등도 반영하면 그동안 손해를 본 장사였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연결실적이 잡힌 2016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 쿠팡은 연간 영업손실을 내 왔다. 증감 폭이 있었지만 줄곧 적자 상태였다. 이 기간 총 영업손실은 4조7239억원에 달한다.
 
현금흐름을 살펴봐도 쿠팡의 투자 규모 확대가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기준 투자활동 현금흐름 유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시설 구축 등에 사용하는 자본적 지출(CAPEX)액은 39% 늘렸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앞으로 쿠팡이 확고한 흑자기업이 될 수 있는냐다. 이번 분기 흑자가 계획된 적자 전략 성공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나, 한 분기의 실적만으로 쿠팡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기는 어렵다.
 
쿠팡의 외부자금 의존도를 살펴보면 이익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분기 흑자 전환에도 현재 쿠팡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운전자본 부담 등의 지속으로 마이너스고, 투자활동 현금흐름 역시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또 재무활동 현금흐름 유입액이 늘어나는 등 여전히 외부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상당하다.
 
특히 금리 인상 등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에 나서면서 조달시장 자체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등 쿠팡의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글로벌 경기도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국내에선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승자독식 상황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NAVER(035420))와 쿠팡, SSG닷컴을 포함한 오프라인 계열 플랫폼 등으로 나뉘어 확실한 주도권을 갖기 힘든 만큼 유의미한 마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한 사업자는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본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다자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혈 작전을 벌인 쿠팡의 경우 점유율 주도권 확보가 중대한 과제다.
 
 
반면, 앞으로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 속에 흑자 구조의 고착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나증권이 내놓은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내 쿠팡의 점유율 추정치는 2022년 3분기 기준 22%로, 전년 동기 대비 3%p 상승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1%p 올랐다.
 
점유율 상승은 총 거래액과도 직결된다. 구매력이 곧 유통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쿠팡의 거래액(추정)은 전년 동기보다 29% 늘어난 11조546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활성 고객 수는 7% 늘어 1799만명이 됐다. 로켓배송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900만명으로, 고객당 매출은 19% 증가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연 매출이 27% 이상 성장하고 있어 향후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IB토마토>에 올해 확실히 분위기 전환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했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센터 프로세스와 자동화 기술 개선, 공급망 최적화 등을 통해 신선식품 재고가 전년 대비 50% 감소하는 등 마진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백희 기자 h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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