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분기 실적 쇼크…세타 엔진 아닌 ‘러시아’ 영향?
러시아서 현대차 강제 매각 우려…판매망 구축 등 어려움
공개 2022-10-24 18: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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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역대급 매출에도 전년 대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한 원인으로 세타2 GDI 엔진 충당금을 지목했다. 반면 정작 실적 발표 당일 주가 충격은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퇴출’ 이슈에 기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현대차 관계자는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엔진 관련 충당금 1조392억원을 제외한 3분기 영업이익은 2조9120억원으로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율 8.3%, 연결 영업이익률은 7.7%를 기록했다”며 “대규모 품질 비용 발생 및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ASP(평균공급단가) 상승 및 믹스 개선 등에 따른 실적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품질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3분기 8%대의 높은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현대차 주장이다. 세타엔진은 현대차가 평생 품질을 보증하는 부품으로 2017년부터 1~2년에 한번 꼴로 충당금이 지속 반영되고 있다. 금액도 적게는 1조원대에서 많게는 5조원대까지 반영돼 부담이 적지 않다.
 
(사진=현대차)
 
현대차에 따르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6% 증가한 37조7054억원이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1조5518억원을 나타냈다. 세타엔진 영향으로 2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실적 기대감이 하락한 이유다. 
 
실제 3분기 실적발표 후 현대차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21일 종가 16만7000원을 기록하던 1주당 가치는 24일 종가 기준 16만1500원으로 하락했다. 1주당 가치가 하루 만에 3.3%나 곤두박질친 셈이다. 
 
그러나 세타엔진 충당금만으로 현대차 낙폭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 중론이다. IB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역대급 실적으로 충당금이 반영되더라도 신용도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년에 이어 대규모 품질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으나, 최근의 영업실적 개선 추세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양사(현대차·기아)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진=현대차)
 
신평사 분석대로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감소한 1조5518억원이나, 영업이익률은 4.1%로 여전히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1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제외하고도 영업이익이 증가할 만큼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좋았다는 방증이다.
 
IB업계에서는 이날 주가 하락을 견인한 원인이 러시아발 쇼크와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국내외 언론에서 러시아가 자국 내 현대차그룹 자산 몰수 가능성을 제기해서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들어 러시아 사업을 강화해 왔다. 해당 지역 공장 등을 몰수당하면 많게는 수조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판매망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의 글로벌 기업 현지 자산 강제 몰수가 지속 중”이라며 “이미 강제 매각이 진행된 르노(3조1000억원, 현지 생산능력 15만대)나 닛산(1조원, 현지 생산능력 10만대)의 전철을 밟는다면, 대규모 손실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유현금과 처분 가능 자산은 제한적인 반면, 상환해야 할 비용과 손망실될 자산이 크다”며 “모든 가정을 단순화해 현재 자기자본과 유사한 금액이 비용 처리될 경우, 잠재적 비용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현대차”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시장 완성차 브랜드별 판매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총 23.8%로 가장 높다. 현대차 10.7%, 기아 13.1%로 각각 러시아 자동차업계 시장점유율 3, 2위다. 현대차 러시아법인 자체의 부가가치도 크다. 생산공장은 연 23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2017년부터 2조원 후반대에서 3조원 초반대까지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빠르면 올해 1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러시아와 관련된 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잠재적 러시아 비용 발생 가능성은 기업들 실적 전망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해 장기 성장 논리에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이슈의 종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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