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테믹스, 지지부진한 사업에…결국 '빚 내서 빚 갚기'
60억원 규모 CB 발행…채무상환에 50억원 사용
과거보다 이자율까지 높아져…기업에 불리한 상황
차입금 의존도 역시 상승…주가 하락에 임상 중단까지
공개 2022-10-19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18: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줄기세포·엑소좀 연구개발 전문기업 프로스테믹스(203690)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년 전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상환 기간이 도래하면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채권자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또다시 CB 발행을 결정했지만, 대부분이 채무상환 목적인 만큼 ‘빚 돌려 막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가 하락·임상 중단·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사채 발행 또한 이자가 붙으며 발행사 입장에서 조달 여건이 불리해진 상황이다.
 
 
60억원 규모 CB 발행…50억원이 채무상환 용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로스테믹스는 지난 13일 60억원 규모의 제6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1167원으로, 전환 후 발행되는 주식수(514만1388주)는 주식 총수 대비 11.2%에 달한다. 전환청구기간은 오는 2023년 10월17일부터 2025년 9월17일까지다.
 
프로스테믹스는 이번 6회차 CB를 △채무상환 50억원 △운영자금 10억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조달자금의 83%를 빚 갚는데 쓰는 셈이다. 채무상환자금은 2회차 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CB는 화장품 제조·도소매업체 오티케이씨앤티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것이다. 당시 회사는 오티케이씨앤티 인수 과정에서 해당 CB와 더불어 40억원의 3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프로스테믹스의 수익성은 오티케이티앤씨를 인수한 뒤에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은 325억원으로 전년(207억원) 대비 50% 이상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도 12억원에서 5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전년 동기(17억원)보다 2배 이상 적자 규모가 커졌다.
 
실적 악화와 함께 프로스테믹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CB와 BW를 발행했던 지난 2020년 8월 4000원대였던 주가는 1150원(17일 종가)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도 하락했는데, 3910원이었던 CB·BW의 전환가액은 지난 8월 2737원으로 최저 조정가액 한도에 도달했다.
 
이에 채권자들도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을 포기하고 원금 회수에 나섰다. 2회차 CB의 경우 114만8000만원을 상환했으며, 3회차 BW는 40억원 전액 풋옵션으로 소진됐다. 따라서 이번에 6회차 CB를 발행하는 이유는 향후 발생할 풋옵션에 대응하려는 방편인 것이다.
 
발행사 입장에서 불리해진 채권…금리 인상·임상중단 주효
 
특히 6회차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각각 2%, 5%로 과거 대비 높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모두 0%로 발행됐던 2회차 CB, 3회차 BW와는 대조된다. 이자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발행회사 입장에서 채권자의 상환 요청을 받았을 때 원금 외에도 이자 비용까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사이 발행회사인 프로스테믹스의 자금조달 여건이 불리해진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로 올린 영향이 컸다. 기준금리가 오른 탓에 바이오기업을 비롯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요 자금조달 방안인 메자닌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유동성이 넘쳐 메자닌 발행이 봇물을 이루던 2020년만 하더라도 대부분이 제로금리를 형성했지만, 최근 들어 표면이자율은 2% 이상, 만기이자율 또한 5~6%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재무상황 악화,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중단 등 악재가 겹쳤다. 올해 상반기 프로스테믹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34.0%로 2020년 말(180.2%) 대비 253.8%p 늘었으며,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64억원에서 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반면 총차입금은 48억원 가량 불어나며 순차입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 의존도는 30.2%에서 60.8%로 두 배 증가했다.
 
유동성이 경색된 탓에 프로스테믹스는 지난달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조기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PSI-401이다. 회사 측은 지난 7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2월 (PSI-401)의 IND를 신청한 이후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임상이 중단됐다.
 
임상중단 내용. (사진=프로스테믹스 공시)
 
투자 규모 대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프로스테믹스는 임상중단 공시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청하는 보완자료 제출을 위한 시험 및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과다해 자료 보완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라며 “더욱이 PSI-401은 엑소좀이라는 신규 소재로 국내에서 임상시험승인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에 추가적인 검증을 위한 보완 서류가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 규모 대비 사업성 부족과 임상시험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PSI-401이 프로스테믹스의 파이프라인 중 유일하게 본임상 진입 단계에 있던 치료제였다는 점이다. 그 외에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제 ‘PSI-101’, 탈모 치료제 ‘PSI-502’ 등 6개의 치료제는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다.
 
프로스테믹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6회차 CB 발행 목적이 2회차 CB 풋옵션 대응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라고 답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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