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미래차 현주소)②HL만도, 고객사 다변화 '엄지척'…물적분할은 약점
최첨단 ADAS 기술 보유…한미중유 등 고객사 다양
알짜사업 분할 매각으로 모기업 기업가치 훼손 우려
공개 2022-10-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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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미래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염병이 환경오염에 기인했다는 원인 분석에 친환경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2030년이 되면 세계 자동차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완성차업계와 동반해 성장해야 하는 것이 부품 산업이다. 10년도 안 남은 전기·수소차 대세 시대, 우리 부품업계의 미래차 준비 상황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기술의 만도’로 불리는 HL만도(204320)의 시작은 1962년 현대양행 기계사업부다. 범현대가 기업으로 중공업에 이어 자동차 부품 생산을 담당했다. 1986년 미국 포드와 공조한 경험에 이어, 1999년에는 아산공장이 스위스USB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되며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생활가전도 생산했다. 
 
이후 수차례 매각과 합병 이슈를 겪었다. HL만도는 2008년 한라그룹으로 편입되며 첫 주인에게 돌아갔다. 2014년에는 한라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자동차부품 제조 및 판매업 신설회사로 정리됐다. 주요 사업은 기계의 속도를 감속하거나 정지시키는 제동장치,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변화시키는 조향장치, 주행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 등이 있다.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로 고객사 다변화 성공
 
HL만도가 전기차 관련 부품 기술개발에 첫발을 뗀 것은 2008년이다. 당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자율주행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보고 HL만도도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간 주력 사업은 차체 전동화 시스템이었으나 전기차용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관련 사업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현재 HL만도는 글로벌 정상급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ADAS는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으로 사물과 지형지물을 인식하고 제동·조향·서스펜션 등으로 자율주행을 돕는 장치다. 
 
관련 업력으로는 △2014년 국내 최초 레이더 기술 상용화, 세계 최초 ARC(능동형 브레이크 유압장치) 독자개발 △2017년 전자식 자동 주차 브레이크 최초 양산 △2018년 만도 IDB(통합전자브레이크) 최초 양산 △2019년 SBW(전자제어 조향장치) 세계 최초 양산 등이 있다. 
 
HL만도 자율주행 라이다 기술.<사진=HL만도>
 
세계 정상급 ADAS 기술력을 갖춘 덕분에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집중돼 있던 판매망도 다변화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HL만도 지역별 매출 비중은 △한국 40% △북미 23% △중국 22% △인도 10% △유럽 4% △남미 1% 등이다. 동사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향(1조6540억원)과 미국향(1조5640억원) 매출 비중이 유사할 정도로 고객사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HL만도는 중국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내는 거의 유일한 국내 자동차 기업으로 주목된다. 더불어 대당 1000만원 상당 전기차 보조금을 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수혜 기업으로도 손꼽힌다.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신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를 비롯해 북미에 총 5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ADAS 시스템은 한 단계가 오를 경우 전 단계보다 가격이 40%가량 상승한다. 지난해 현대차에서 HL만도의 ADAS 2단계를 적용한 신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JW 등이 나왔다. 3단계 기술은 올해 하반기 현대차 제네시스G90 적용에 이어 아이오닉7과 기아 EV9 등에도 차차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성차업계의 ADAS 시스템 내재화 이슈가 있지만 HL만도가 지금과 같은 기술력 격차를 유지해 간다면 고객사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HL만도의 고객사는 현대차·기아, GM, 포드, 폭스바겐, 중국 로컬 OEM 등으로 다각화돼 있다.
 
 
ADAS사업 물적분할…LG화학 닮은 꼴에 뿔난 소액주주
 
HL만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전했으나 2020년 6월 저점을 찍고 반등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물적분할한 알짜사업인 자율주행 사업 부문을 분할 상장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반응이 곱지 않다. 주주 반발 심화로 주가가 하방압력을 받으면 주당 가치로 유상증자 금액 등이 책정되는 만큼 자금조달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만도의 최근 4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8년 5조6648억원, 1974억원 △2019년 5조9819억원, 2186억원 △2020년 5조5635억원, 887억원 △2021년 6조1474억원, 2323억원으로 증가세다. HL만도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전했다. 이후 중국 봉쇄 및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 완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기간 재고자산도 6320억원에서 8666억원으로 37.12% 증가했다. 기업의 운영비를 뜻하는 순운전자본은 1조1123억원에서 1조1299억원으로 1.58% 증가했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이 불가해 재고자산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압박이 더해졌었다는 방증이다.
 
자율주행 사업확대와 공장건설 등으로 생긴 차입금도 적지 않다. HL만도는 2000년대 이후 해외공장 건설에 힘쓰는 한편 자율주행 R&D 투자, 관련기업 인수 등에 힘을 쏟았다. 2014년 해외 핵심공장으로 손꼽히는 폴란드와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준공했으며, 2019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R&D센터를 오픈했다. 9월 기준 해외 생산거점만 17곳이다. 
 
이외에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트림에이스, 배터리의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엘리먼트에너지 등 20여개가 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 중이다. HL만도는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 비용도 높은 편이다. 공시에 따르면 2016년 4.8%에 불과하던 R&D 비용은 2019년 6.0%까지 상승했다. 
 
투자비용은 성장성을 높이는 한편 재무부담을 키웠다. 2018년 12조3000억원 수준이던 부채총계는 지난해 16조1251억원까지 상승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L만도의 부채총계는 올해도 전년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난 17조388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HL만도는 한라홀딩스 편입 이후 자본으로 인식되는 CB(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하고, 판교 사옥을 매각해 임대로 변경하는 등 부채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2014년 229%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179.0%까지 낮추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도 “향후 신제품 도입 등과 관련한 생산라인 교체 및 증설의 자금소요만 계획돼 있다”라며 “연간 CAPEX는 1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이는 자체 영업창출현금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 HL클레무브다. 성장성이 확실한 사업인 만큼 매출 증가는 자연스럽지만 볼륨을 키우기 위해서는 또다른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HL만도는 지난해 12월 ADAS·센서 자회사인 HL클레무브를 공식출범했다. 사측은 2025~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 목표를 HL만도 11.4%, HL클레무브 15.0% 이상으로 제시했다. 전기차 모델 공급 비중도 지난해 20%대에서 3년 뒤 40%까지 빠르게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재 전기차 모델 수주가 목표량의 80%를 달성한 상태로 성장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을 위한 외부자금 유치 방안으로는 SI(전략적투자자), FI(재무적투자자), IPO(기업공개) 등이 거론된다. HL클레무브가 자금조달을 위해 IPO를 할 경우, 올초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의 사례를 답습하게 된다.
 
LG화학(051910)은 LG엔솔을 따로 상장해 모기업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이유로 소액주주에 밉보여 주가도 동반 하락한 바 있다. HL만도도 이같은 우려에 올해 1월7일 주당 6만7500원을 기록하던 주당가치가 11일 종가 기준 4만2500원으로 37%나 수직 낙하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L클레무브 설립 발표 당시 “2030년까지는 기존사업의 고도화와 M&A 효과의 확대를 기반으로 매출액 4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3년간 5400억원 이상의 투자(Capex 2600억원, R&D 2800억원, M&A 등)를 계획 중으로 2022년까지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2023년 이후로는 외부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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