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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지정의 마지막 해
공개 2022-09-30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올해는 첫 번째 ‘주기적 지정’ 적용 기업의 마지막 해다. 신(新)외부감사법에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는 6년 동안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한 후에 3년 동안 지정하는 제도다. 주기적 지정제는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 도입과 함께 신외부감사법의 핵심제도다. 주기적 지정제는 2020년 외부감사인 선임부터 처음 적용되었으므로 2020년에 첫 번째로 주기적 지정대상이 되었던 기업은 3년째인 올해가 주기적 지정의 마지막 해다. 이들 기업 중 자산 2조 원 이상인 기업은 올해 말까지 내년도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하고, 나머지 기업은 내년 2월14일까지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주기적 지정제의 효과를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고, 여러 다른 제도의 효과와 혼합되어 주기적 지정제의 효과만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주기적 지정제에 대한 당초 우려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감사보수가 증가하여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감사보수의 증가는 주기적 지정제보다는 표준감사시간의 영향이 더 크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감사보수가 아직은 낮은 수준이므로 주기적 지정제가 감사보수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주기적 지정제의 시행으로 외부감사인이 교체되면 전임감사인과 당기감사인의 의견불일치가 증가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전·당기 감사인간 의견 조정협의회」의 개선, 「지정감사 업무 수행 모범규준」 마련 등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내 지배회사와 해외 자회사의 외부감사인 불일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 주기적 지정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기업과 회계법인의 움직임이 바쁘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자유선임을 위해 회계법인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과거 자유선임 시의 과열 경쟁이 재발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또한 경영자문이나 IT 서비스 등 일부 비감사서비스 수행으로 인해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즉, 특정 비감사서비스를 수행한 감사인은 그 기업의 외부감사인으로 선임될 수 없으므로 이를 점검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회사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했으나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감사위원회 또는 감사가 선임하게 되었으므로 감사위원회(또는 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초 주기적 지정대상 기업은 이번이 감사위원회(또는 감사)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첫해이므로 이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감사위원회(또는 감사) 역할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최초 주기적 지정대상 기업의 외부감사인 입장에서는 내년에 자유선임된 다른 외부감사인이 감사하므로 자신들의 마지막 해인 올해에 엄격한 감사를 하게 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있지만 내년 외부감사인 교체를 앞둔 외부감사인은 마지막 해인 올해 더 엄격한 감사를 하여 감사품질이 향상되는 ‘최종감사 효과’가 존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주기적 지정제가 시행되는 기간도 중요하지만 주기적 지정제가 끝나고 다시 자유선임제로 돌아가는 첫해도 중요하다. 주기적 지정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자유선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과거 자유선임제의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주기적 지정제의 마지막 해인 올해가 징검다리로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 지정된 외부감사인은 원칙대로 감사를 수행하고, 감사위원회(또는 감사)는 감사를 잘할 수 있는 외부감사인을 제대로 선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당기 감사인 간 의견불일치나 지나친 감사보수의 증가 등으로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첫 번째 주기적 지정대상이 되었던 기업들이 주기적 지정에서 자유선임으로 원만하게 잘 옮겨가는 올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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