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올해도 '스팩상장 1등'…제도 개선 덕도 볼까
올해 '스팩소멸합병' 방식 허용…스팩 상장 활성화 기대
스팩합병 과정에서 인수·청약·자문수수료 받아
CB 투자 통한 시세차익도 가능
공개 2022-08-30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7:4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 가운데 스팩 상장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는 증권사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스팩을 통해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스팩소멸합병' 방식이 허용돼 스팩합병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7일 엔에이치스팩27호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서류상 회사다.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15일 스팩24호를 시작으로 7월25일 스팩25호, 8월1일 스팩26호, 8월17일 스팩27호까지 최근 약 한 달간 무려 4개 스팩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올해 상반기에 23호스팩을 상장한 뒤 하반기 스팩 상장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또 NH투자증권은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스팩을 상장시키게 됐는데 이는 1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스팩을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015년과 2021년 각각 4개의 스팩을 상장시킨 바 있다.
 
(사진=NH투자증권)
 
스팩합병 상장은 직상장과 비교해 신속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외부 변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형 기업들의 우회상장 통로로 이용되는 만큼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다뤄왔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IPO시장에서 상장주관실적 1~2위를 다투는 대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스팩상장을 추진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공모규모가 96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대형스팩 엔에이치스팩19호를 코스피시장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일반적 스팩 규모가 80억~130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 최대 10배가 넘는다.
 
스팩합병 성공률도 비교적 높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국내 스팩합병 성공률은 52% 수준이다. 반면 NH투자증권의 스팩합병 성공률은 68%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시절인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시킨 22개 스팩 중 15개가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4개 스팩은 인수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됐고 3개 스팩은 인수합병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양한 크기의 스팩을 마련하면서 다양한 상장 통로를 마련하고 증시 입성을 원하는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IPO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 건수는 2017년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2018년 11건, 2019년 11건, 2020년 17건, 2021년 15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스팩합병 상장 건수는 2017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20일 하이크코리아를 시작으로 8월22일 솔트웨어까지 10개 기업이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상장했고 12개 기업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거나 심사를 신청했다. 이들이 예정대로 스팩합병에 성공한다면 올해 모두 22개 기업이 스팩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스팩합병 제도가 개선돼 앞으로 스팩합병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스팩소멸합병’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스팩과 기업이 합병할 때 스팩이 존속법인이 되고 기업이 소멸되는 ‘스팩존속합병’ 방식만 가능했다. 다만 기업이 소멸되면서 업력이 짧아지고 각종 인허가 재취득, 자산 이전, 임대차·근로 계약 등을 진행하기 위해 수억원의 부가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스팩이 소멸하고 기업이 존속하게 되면서 합병 절차가 한결 단순해지고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제도 시행 이후 스팩합병 상장을 신청한 13개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이 스팩소멸합병 방식을 선택하면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규모가 큰 기업들도 스팩상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상장 규모에 비해 수익도 쏠쏠하다. 주관사는 스팩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200bp(1bp=0.01%) 이상의 인수수수료, 일반투자자 공모 과정에서 청약수수료, 스팩과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자문수수료 등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증권사는 통상적으로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초기 자금을 투자해 지분 일부 및 전환사채(CB)를 보유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지분인수 및 전환가액은 1000원이며 일정기간 보호예수가 설정되는데 스팩이 기업과 합병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가령 NH투자증권은 엔에이치스팩21호의 CB에 12억9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이후 21호는 코닉오토메이션과 합병해 5000원이 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5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상적으로 IPO 시장이 부진할 땐 대안으로 스팩 주목도가 높아진다"라며 "스팩합병 상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다양한 스팩 상장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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